프랑스 여행 일타강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
발음이 참 예쁘다. 미음과 이응과 미음이 이어지면서 기분 좋은 무언가가 입안에서 맴돈다. 우리가 ‘프랑스풍’ 또는 ‘프랑스적인 것’을 말할 때 몽생미셸은 가장 어울리는 명사 중 하나다.
몽생미셸은 산이다. 이름에 아예 산(Mont)이라고 박았다. 몽생미셸은 ‘성 미카엘의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몽생미셸의 정체성은 섬이다. 프랑스 서쪽 노르망디 바다에 뜬 작은 섬이다. 지금처럼 섬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기 전에는 썰물 때만 걸어서 갈 수 있었다.
한국에 알려진 지는 사실 얼마 안 됐다. 2000년대 들어 별안간 떴다. 허허벌판 바닷가에 우뚝 선 성채 사진에 마음을 뺏긴 뭇 한국인이 노르망디 해안으로 달려갔다. 파리에서 하루 거리라는 조건도 몽생미셸 열풍에 한몫했다.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이 프랑스 관광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라면 몽생미셸은 신흥 강자다.
현재 한국인의 몽생미셸 여행은 현지 한인 여행사의 당일치기 버스 투어가 대세다. 렌터카를 운전하지 않아도 몽생미셸을 비롯한 노르망디의 여러 여행지를 방문하는 데다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다. 가격도 1인 15만~20만원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당일치기 버스 투어에도 단점이 있다. 파리 시내에서 꼭두새벽에 출발해 이튿날 새벽에야 돌아온다. 무려 20시간이 소요되는 강행군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저기 들르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는 후기가 수두룩하다. 프랑스관광청도 말리는 형편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부산∼울산∼경주를 찍고 오겠단다. 당신이라면 권하겠는가. 몽생미셸 버스 투어의 이동 거리가 이와 비슷하다.
몽생미셸은 어떻게 갔다 오는 게 좋을까. 일타강사가 제시하는 대안은 ‘1박2일 기차 여행’이다. 파리에서 직행 열차를 타고 몽생미셸을 다녀오는 방식이다. 파리~몽생미셸 정기 열차가 2024년 운행을 시작한 터라 아직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잠은 어디서 자냐고? 몽생미셸 지척에 ‘렌(Rennes)’이라는 매력적인 도시가 있다.
한국인만 가능한 기적의 일정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과 항구도시 옹플뢰르 그리고 몽생미셸. 아침 8시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 3시까지 도합 열아홉 시간의 여정. 장담컨대 이 일정을 듣고 놀라지 않을 프랑스인은 없을 것이다. 각각 하루씩 쏟아부어도 빡빡할 곳을 하루에 다 본다고?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 낭비란 없다. 여유도 생략한다.”
김민철의 파리 여행 에세이 『무정형의 삶』에서 인용했다. 작가가 썼듯이 한국인은 그 대단한 걸 해낸다. 몽생미셸을 찾는 전 세계 여행자가 파리에서 출발하는 비슷한 투어 상품을 이용하지만, 이처럼 하루 만에(정확히 말하면 무박 2일간) 세 곳을 찍고 다니는 건 한국인뿐이다. 아무리 가성비가 좋아도 무리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오늘 일타강사는 ‘몽생미셸 당일치기 버스 투어’의 불편한 진실부터 까발린다.
우선 안전 문제. 가장 전형적인 한인 여행사의 당일치기 상품을 보자. 파리에서 출발해 에트르타∼옹플뢰르∼몽생미셸 순으로 노르망디 관광지 세 곳을 방문한 뒤 파리로 복귀한다. 이동 거리는 약 850㎞. 그러니까 서울~부산 왕복 거리(약 800㎞)가 넘는 거리를 19시간에 주파한다. 약 850㎞를 19시간 안에 끊으려면 최소 10시간 이상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한다. 세 여행지의 체류 시간은 각 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불법 소지도 다분하다. 프랑스 교통법은 버스 기사가 하루 9시간만 운전하도록 규정한다. 9시간을 넘기려면 보조 기사가 동승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지키는 한인 여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여행사만이 보조 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안내한다. 익명을 요구한 파리의 한인 가이드 A씨는 “몽생미셸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객뿐 아니라 가이드도 운전기사도 모두 녹초가 된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졸음운전과 차량 고장으로 인한 사고를 고발하는 여행 후기가 속속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