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의 실세로 활약해 온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주력 사업인 완성차 사업 전략을 총괄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15일 정기 사장단 인사 명단을 발표하고 장재훈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장 사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은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의 1인 체제에서 2인 체제로 4년 만에 다시 늘어났다.
정태영 부회장이 정의선 회장의 인척(매형)이고 금융업이 현대차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 부회장의 발탁은 의미가 크다. 특히 전문경영인으로서는 그룹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 완성차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됐다.
장 부회장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삼성맨' 출신으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임원에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닛산과 노무라증권 등을 거친 뒤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 상무로서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됐다.
이후 현대차로 소속을 옮긴 뒤부터는 고객가치담당,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는 국내사업본부장도 겸직하게 됐다. 장 부회장은 경영지원본부장 시절 자율 복장 출근 제도를 도입하고 직급 체계를 개편하는 등 업무 여건 혁신에 아이디어를 냈던 인물이다.
장 사장의 이름값이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그는 부사장 시절 국내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도 겸직하게 됐다.
제네시스 브랜드 사업은 브랜드 준비 과정부터 이 사업을 주도한 정의선 회장의 야심이 들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착이 크다. 회장의 최대 애착 사업을 맡긴 것은 그만큼 장 부회장을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장 부회장은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제네시스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고급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결국 그 성과 덕분에 지난 2020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현대차 경영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그의 공격적인 사업 실적이 이어졌다. 현대차의 글로벌 개척 역사에서 다소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 재진출을 주도했고 소형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내세우면서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조금씩 관심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또한 수소 중심 사회 전환의 선구자로서 현대차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는가 하면 현대차의 해외 법인 중에서는 최초로 현지 증시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는 등 미래 사세 확장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장 부회장은 앞으로 부회장이라는 막중한 위치에서 영향력이 큰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만큼 정 회장을 보필하면서 그룹 핵심 사업인 완성차의 가치사슬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회장이 그동안 그려온 사업의 원칙과 앞으로의 사업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 부회장은 앞으로 완성차의 상품 기획부터 공급망·제조·품질 관리까지 전부 관할하며 완성차 사업의 운영 최적화와 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원가·품질 혁신을 위한 기반을 다져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