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들은 왜 유튜브를 시작하나…홀란·호날두·벨링엄까지, 선수 주도 미디어 확산

2025-12-17

축구 선수들이 잇따라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자신의 일상과 훈련, 경기 이면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있다. 전통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서사를 만들고 팬과 직접 연결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맨체스터 시티와 노르웨이 대표팀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은 최근 유튜브에 합류한 대표적인 사례다. 홀란은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어린 팬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영상부터 훈련과 대표팀 일정까지 공개하며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영국 BBC는 “이는 경기 결과와 기록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 선수 개인이 자신의 삶과 브랜드를 직접 설계·운영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고 18일 전했다.

비디오 블로그(Vlog)는 창작자의 일상과 경험을 장시간 영상으로 담아내는 콘텐츠 형식으로, 팬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홀란은 2025년 10월 채널을 개설한 뒤 불과 몇 달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프로 축구선수의 하루(Day in the Life of a pro footballer)’라는 제목의 첫 영상은 직접 요리하는 모습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 조회 수 800만 회에 육박했다.

홀란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7700만 명을 넘겼고, 인터뷰와 비하인드 영상, 미스터비스트 등 유명 콘텐츠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토트넘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제임스 매디슨은 전방십자인대(ACL) 부상 회복 과정을 신체적·정서적 여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여자대표팀의 엘라 툰은 일상 브이로그와 동료 선수들과의 협업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인다. 전 프리미어리그 골키퍼 벤 포스터는 경기 중 골대 근처에 설치한 카메라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유튜브 기반 비디오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주드 벨링엄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전통 매체가 아닌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선수들이 유튜브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 전략가 세브 로사르도는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통제(control)와 연결(connection)”로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은 자신의 서사와 관객, 그리고 커리어 이후까지 이어질 자산을 직접 소유하려 한다”며 “가족과의 일상, 훈련, 라커룸 등 실제 삶을 보여주며 팬들은 퍼포먼스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선수를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로사르도는 “선수들은 더 이상 전통 미디어에 의존해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유튜브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어느 정도의 맥락을 제공할지, 어떻게 인식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디어에 의해 관리된 이미지가 아니라, 운동선수 뒤에 있는 ‘사람’과 팬들이 교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팬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로사르도는 “팬들은 점점 크리에이터 중심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며, 깊이 있는 접근과 진정성에 대한 수요가 분명하다”며 “선수들 역시 은퇴 이후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시작하는 것이 더 큰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짧은 선수 생명과 달리, 유튜브 채널은 장기적인 미디어 자산이 될 수 있다”며 “경기장 안의 순간을 넘어, 선수 개인의 서사와 삶을 기록하는 공간으로서 유튜브의 의미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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