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지난해 바둑 상금 1위는 신진서 14.5억

2025-01-07

바둑기사들의 지난해 상금순위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 옛날 전남 비금도에 살던 소년 이세돌이 생각난다. 섬에서 서울의 바둑대회에 나가려면 배를 타고 또 기차를 타야 한다. 돈이 없던 이세돌은 빚을 내 서울에 왔고 상금을 타서 갚곤 했다. 바둑은 프로가 되면 아무리 어려도 상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세돌처럼 프로 이전이라도 장학금 명목으로 상금을 받을 수 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눈을 반짝이며 러닝셔츠 바람으로 대회장을 누비던 꼬마 이세돌의 모습이 어느덧 먼 추억이 됐다. 누구보다 바둑적인 그가 바둑에서 은퇴했다는 사실이 종종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상금 1위는 14억5700만원의 신진서 9단이다. 두 번의 세계대회에서 우승했고, 농심배에서 6연승 우승하는 등 맹활약했다. 종전 상금 기록은 2014년 이세돌 9단의 14억1000만원이었는데, 2022년 신진서가 이 기록을 넘어섰고 이후 3년 연속 14억원대의 상금을 기록하고 있다. 이창호 9단의 상금이 10억원을 살짝 넘긴 것은 2001년이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바둑 상금은 그리 늘지 않았다.

상금 2위는 6억5000여만원의 박정환 9단이다. 32세 박정환은 세계대회 우승은 없었지만 탄탄한 실력과 노련미를 앞세워 2개 국내대회서 우승했고, 특히 중국리그에서 정규시즌 12전 전승, 포스트시즌 1승 1패를 기록하며 2억8000만원의 대국료를 받았다.

신진서 역시 중국리그에서의 활약이 무섭다. 정규리그 9승 무패, 포스트시즌 4승 무패를 거두며 2억5000만원의 대국료를 받았다.

신진서는 주장전에서 중국의 신흥강자 투사오위를 반집 차로 꺾으며 팀을 극적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켰다. 결국 신진서가 속한 쑤보얼 항저우 팀과 박정환의 선전 룽화 팀이 11일부터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강자들이 바글거리는 중국리그에서 신진서·박정환의 활약은 실로 경이적이다.

상금 3위는 5억6000만원의 변상일 9단이다. 능력에 비해 성적이 미달인 감이 있어 본인도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상금 4위의 신민준 9단(3억4000만원)은 더욱 절치부심이다. 함께 입단하여 정상의 길을 달려온 양신(兩申)인데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슬럼프의 기운마저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새해의 관건이다.

5위는 여자기사 최정 9단. 잠시 이상기류를 보여 너무 혹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세계대회 1개, 국내대회 2개에서 우승하며 바둑 여제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상금 7위에 오른 김은지 9단의 추격이 거세다. 최정은 한국랭킹 36위. 새해 18세가 된 김은지는 34위. 올해 여자바둑은 두 기사의 격전이 볼 만할 것이다.

여자바둑에 한 사람이 또 있다. 일본에서 온 16세의 나카무라 스미레 3단. 그는 지난해 무려 132판을 두어 최다 대국 기록을 세웠다. 바둑을 두고 싶어 서울에 온 스미레가 소원을 푼 셈이다. 무서운 열정으로 일취월장하는 스미레가 여자바둑의 변수가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참고로 프로바둑 기사는 남자 353명, 여자 86명. 지난해 세계대회는 남녀 합쳐서 19개, 국내대회는 31개가 열렸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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