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골프 기대주 장유빈(23)이 LIV 골프 싱가포르 대회(총상금 2500만 달러) 2라운드에서 두 타를 줄이며 순위를 끌어올린 것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유빈은 25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 클럽 세라퐁 코스(파71·7406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69타를 기록했다. 하루 전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쳐 공동 38위에 그친 순위를 25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날 장유빈은 초반 6개 홀에서 3개의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12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지며 한 타를 잃었고, 13번 홀(파4)에서는 투 온에 성공한 뒤 스리퍼트로 다시 한 타를 늘렸다. 15번 홀(파4)에서도 티샷한 볼이 왼쪽으로 치우치며 물에 빠져 한 타를 손해보고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후 버디 5개를 낚으며 대반전을 이뤄냈다. 16번 홀(파4)과 17번 홀(파3)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긍정적인 흐름으로 바꿔놓았고, 2번 홀(파3)과 7번 홀(파5), 9번 홀(파4)에서 각각 한 타씩 추가로 줄였다. 초반 흔들리던 티샷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아이언샷과 웨지샷, 퍼트의 정확도도 함께 올라갔다.
경기 후 만난 장유빈은 “아직까지 샷감이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초반에 나오는 샷을 지켜보며 그에 맞춰 플레이한다는 전략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샷들이 나오면서 스코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초반에 연달아 보기를 하며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마인드컨트롤하면서 잘 버틴 게 후반들어 좋은 흐름으로 바뀌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유빈은 “꾸준히 톱10에 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우승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오늘도 부진할 때 타수가 더 늘어날까 걱정해 조심하기보다는 더 과감하게 밀어붙여서 상황을 바꾸려 애쓴 전략이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빈에게 동기부여를 해준 또 하나의 요인은 팀 동료들이다. “LIV 골프는 개인전뿐만 아니라 팀전도 있다. 내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마음을 놓아버리면 팀 전체의 스코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한 그는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0번 홀(파4)에서 라운드를 시작한 장유빈은 10번째 홀인 1번 홀(파4)에서 티샷을 준비하기에 앞서 티잉 그라운드 주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화면에는 이번 대회 장타자들의 이름과 순위, 기록이 소개돼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장유빈은 “그냥 ‘저기에 왜 내 이름이 없지’하는 생각이었다”며 빙긋 웃었다. “내로라하는 장타자들이 여럿 활약 중인 리그지만, 순위표 최상단은 아니어도 어딘가에 내 이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대회가 열리는 코스는 거리보다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홀이 많아 드라이버에 대한 의존도는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빈은 16일 열리는 최종 3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1·2라운드에 반복한 초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면 진짜 좋은 성적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후반에 나오는 샷감을 최대한 빨리 끌어낼 수 있게 준비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