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선수 출신 안경현(55)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KPBAA) 회장 겸 야구해설위원은 근래 들어 ‘예체능 연결고리’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스포츠는 물론,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예체능 전반에 걸쳐 실력 있는 강사를 선별해 레슨을 원하는 소비자와 엮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안 회장은 “예체능 전문가를 일반인들과 연결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모두의 예체능)을 운영 중”이라면서 “국가대표급부터 단순 아르바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강사진을 구축하고, 양쪽을 효율적으로 매칭할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은퇴 직후인 지난 2011년 ‘남들처럼’ 야구 아카데미를 열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건 야구를 그만둔 뒤 마땅한 새 직업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에게 지도자의 문은 좁고, 창업하기엔 경험도 준비도 부족하다”고 언급한 그는 “은퇴 이후 ‘경력 단절’ 상태로 지내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활짝 웃었다.
처음엔 야구 후배들 위주였지만 이후 축구, 농구, 골프 등 프로 스포츠를 거쳐 양궁, 유도, 레슬링, 펜싱 등 아마 종목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안 회장의 취지에 공감해 윤석민, 양준혁(이상 야구), 이대훈(태권도), 우지원(농구), 신아람, 김준호(펜싱), 조훈현(바둑), 류서연(볼링), 박희정(골프) 등 종목별 전설들도 속속 합류했다. 안 회장은 “지금은 음악 선생님, 뮤지컬 배우, 연기자, 아나운서, 댄서, 화가에 이르기까지 예체능을 아우르는 전문가 집단이 나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매년 5000명 안팎의 운동선수가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지만, 이들 중 4학년까지 선수 자격을 유지하는 비율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023년에 진행한 은퇴선수 진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은퇴 연령은 23.6세로, 대한민국 평균(49.3세)에 비해 20여 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선수 실업률도 37.6%에 이른다. 지난 2022년 제정된 체육인복지법은 체육인들이 은퇴 후 제2의 삶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법안을 바탕으로 탄생한 체육인 직업 안정 사업은 은퇴(또는 예정) 선수와 지도자, 심판을 대상으로 ▶지도자 연수 ▶창업 지원 ▶취업 지원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정밀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도자 연수의 경우 국내는 40명에게 10개월간 매월 240만원, 국외는 10명에게 최대 6개월간 최대 400만원을 지원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돕는다. 창업을 희망하는 체육인들에겐 100명에게 6개월간의 교육 프로그램과 시장조사비 30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창업자들 중에서도 30명을 선발해 10개월 과정의 보육 프로그램과 함께 800만원 상당의 컨설팅 비용을 제공한다. 취업을 원하는 이들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총 40명을 선발해 스포츠 분야 안팎에서 8개월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인당 월 230만원의 지원금도 지급한다.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체육인복지지원포털(spowell.kspo.or.kr)에서 가능하며, 체육인복지법상 체육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