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프협회(USGA)는 6일(한국시간) 사우디 후원 LIV 골프 선수 상위 3명에게 US오픈 예선 면제권(출전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US오픈은 LIV 골프 상위권 선수에게 공식적으로 출전권을 주는 최초의 메이저대회가 됐다. 마스터스, 디 오픈 등 다른 메이저 대회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US오픈의 문호 개방은 올해부터 시작된다. 5월 19일 기준 LIV 랭킹 상위 3위 안에 드는 선수는 US오픈에 예선을 거치지 않고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상위 10명은 지역 예선을 면제받고 36홀 최종 예선에 직행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전년도 랭킹 상위 3명과, 5월 기준 상위 3명 모두 US오픈에 나갈 수 있다.
USGA의 US오픈 담당자인 존 보덴하머는 “최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리그를 평가해 새로운 면제 범주를 추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LIV의 스콧 오닐 CEO는 “USGA가 LIV 골프 선수들의 출전 조항을 만들어 기쁘다. 골프 팬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반겼다.
메이저 대회들은 PGA투어와 사실상의 동맹을 맺고 LIV 출범에 반대했다. 그러나 LIV 소속 선수의 출전을 전면 금지한 PGA 투어와 달리 메이저 대회들은 기존 출전권을 인정했다. LIV로 간 특급 스타를 금지하면 대회 수준과 권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는 LIV 소속으로 메이저대회에 나가 우승도 했다.
그러나 일부 최상위 스타 선수를 제외하면 LIV의 사정은 좋지 않다. LIV 대회는 세계 랭킹 포인트를 받지 못해 선수들의 불만이 쌓였다. 세계 랭킹에 불만을 품은 이탈자가 나오기도 했다.
LIV 선수들은 기존 출전권으로, 또한 지역 예선을 통해 메이저 대회에 나갈 수 있긴 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LIV 선수들은 돈 많이 주는 LIV와 명예를 주는 메이저 대회라는 두 가지 떡을 원한다.
이번 조치로 LIV 선수들은 리그 내에서만 잘 해도 US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LIV에 진출한 장유빈이 그 혜택을 볼 수도 있다.
메이저 대회끼리도 1등 경쟁을 한다. US오픈으로서는 LIV를 포함, 최고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회가 된다면 다른 대회에 비해 앞서가게 된다. 다른 메이저 대회의 행보가 주목된다.
마스터스를 여는 오거스타 내셔널, 디 오픈을 여는 R&A, PGA 챔피언십을 여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LIV 선수의 예선 면제 규정이 없다. 지난해까지 LIV 선수 출전권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US오픈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IV로서는 커다란 허들을 넘었다. 메이저대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청률 등이 지지부진한 LIV가 돌파구를 찾았다고 볼 수 만은 없다. LIV는 지난해 말 대형 스카우트를 하지 않았다. 이제 실탄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LIV가 더 이상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US오픈이 문을 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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