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가 뒤엉킨 신과 인간의 게임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부서진 대지' 시리즈로 가장 영예로운 SF상인 휴고상을 3년 연속 수상한 N.K.제미신의 데뷔작 '유산' 시리즈가 출간됐다. '유산' 시리즈는 유수의 장르문학상을 석권했을 뿐 아니라 '가디언','타임','뉴욕 타임스'에서 선정하는 21세기 최고 도서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책이다, 장르소설의 기수로서 자리매김한 제미신을 작가로서 있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 전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잡지에 단편을 기고하며 창작을 이어 나가던 제미신은 '유산' 시리즈의 1권인 '십만왕국'(2010)으로 방대한 세계관의 장편소설을 쓰는 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 소설로 로커스 상, 로맨틱 타임스 리뷰어스 초이스 상과 일본의 센스오브젠더(약칭 SOG) 상을 수상했다.
힌두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삼주신(三主神) 개념과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가 결합하여 구축된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산' 시리즈는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초월적인 신들 그리고 압도적인 권력을 지닌 한 가문이 지배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계략과 암투, 사랑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제미신의 최근작과 비교하면 특유의 선명한 사회 비판적 메시지나 현실에 대한 은유는 상대적으로 옅지만, 밀도 높은 세계관과 생생하고 독특한 캐릭터로부터 이미 완성된 작가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황금가지.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