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설레는 마음을 잊어간다. 해 봤던 거라서, 오래도록 해보지 못한 거라서, 해 봐야 똑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살면서 계속해서 전보다 더 나은 것을 찾기 때문에 이미 겪어본 것에는 설레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달리기는 설렌다. 그리고 재미있다.
조깅, 러닝, 조거, 러너. 조깅과 러닝의 차이는? 그리고 조거와 러너는 또 어떻게 다를까? 통상 5분/km 내외로 달리는 건 러닝, 6분~8분/km 달리는 건 조깅이라고 하고, 러닝(running) 하는 사람은 러너(runner), 조깅(Jogging)하는 사람은 조거(Jogger)라고 한다.
그런데 이 구분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난 8분/km 뛰는데 조깅이 아니고 러닝이다 하시는 분도 있겠고, 어떤 분은 4분/km 뛰는데 조깅일 수도 있다. 본인의 심박수가 거의 최대 심박수에 근접하여 달리면 러닝이고 최대 심박수의 70~80% 속도로 달리면 조깅이 아닐까? 조깅이면 어떻고, 러닝이면 어떻겠는가? 달릴 수 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달림도 설레지만, 여행도 달림 못지 않게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마치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보고 느꼈던 것처럼 내 핏속엔 방랑자, 집시,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 지인 중에는 자신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다가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한다. 그분이 진정한 지구별 방랑자가 아닐까?
달리기도, 여행도 그리고 또 다른 그 무엇이 첫사랑의 설렘처럼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롭지 않을까?
권오기 여행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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