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한국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것.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관심이 더 뜨겁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시간으로 10월 9일 오후 8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공식 발표된다.
문학상은 생리의학, 물리, 화학, 경제, 평화상과 함께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6개 부문 중 하나로, 인류의 정신적 성취를 기린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수상자는 전 세계에서 받은 추천자 중에서 스웨덴 한림원이 비밀리에 심사해 선정한다. 후보자와 추천인은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성별·지역 안배는 공공연한 비밀…올해는 남성·비아시아권 작가 유력
출판사 해외문학 담당자들은 올해도 노벨상 특수를 기대하며 연휴 마지막 날 휴일 야근을 대비하고 있다. 수상자 이름이 호명되는 즉시 해당 작가의 국내 판권 여부를 확인하고 이미 출간된 작품이라면 즉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띠지 작업에 들어간다.
지난해 한강 작가 수상으로 올해는 비아시아권의 남성 작가가 유력하다는 게 정설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최근 성별과 지역 안배를 고려한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오랫 동안 서구의 남성 작가들이 줄줄이 받아온 전례를 고려하면 파격적인 선택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흥행 등을 고려할 때 아시아권 또는 여성 작가가 받을 가능성은 낮다. 출판사 관계자는 “매번 유력한 후보자들의 수상은 불발됐기에 예측은 무의미하다”면서도 “올해는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권 혹은 남미 작가 중에서 유력하다”고 점쳤다.

유력 후보…호주 머네인, 동유럽 커르터레스쿠와 크러스너호르커이, 인도 고쉬
노벨문학상은 후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의 근거는 영국 도박사이트의 베팅 목록이 사실상 유일하다. ‘나이서 오즈(Nicer Odds)’에 따르면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Gerald Murnane)이 최상위권에 있다. 그는 외지로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평생을 멜버른 교외에서 보내며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을 탐구해온 작가다. 그의 대표작 ‘평원’과 ‘소중한 저주’가 국내에 출간됐다.
올해는 특히 동유럽 작가들의 수상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루마니아의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Mircea Cărtărescu) 와 헝가리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László Krasznahorkai) 가 그 중심에 있다. 커르터레스쿠는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 체제에 시와 음악과 소설로 저항한 ‘80년대 세대’ 작가로서 루마니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나무출판사는 지난 7월 그의 ‘멜랑콜리아’를 내놨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세상의 종말에 대한 느린 서사’로 불리는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긴 문장과 철학적 독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의 고독과 암울하고 절망적인 세계를 장엄하게 포착한다. “절망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탐구”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인도계 영국 작가 아미타브 고쉬(Amitav Ghosh) 도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소설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식민주의, 아편전쟁, 그리고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뤄왔다. ‘이비스 삼부작’으로 알려진 그의 대표작은 제국주의와 무역, 인간 욕망의 역학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노벨위원회가 선호하는 역사·문명적 관점을 담고 있다. “문학성과 시대성을 동시에 갖춘 작가”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을 만하다.
루슈디·핀천·찬쉐, 단골 후보군
예상 후보군에는 여전히 굵직한 이름들이 포진해 있다.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 는 올해 들어 언론의 재조명을 받은 대표 인물이다. 1988년 ‘악마의 시’로 이슬람 사회의 분노를 샀고, 수십 년간 암살 위협 속에서 망명 생활을 이어왔다. 2022년에는 뉴욕 주에서 강연 중 습격을 받아 오른쪽 눈을 실명하기도 했다.
미국의 은둔 작가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 역시 수상 예측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1973년 ‘중력의 무지개’로 현대문학의 신화를 쓴 그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거대한 서사와 난해한 구조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한다.
여성 작가 중에서는 일본계 독일 작가 다와다 요코(Yoko Tawada) 와 중국 작가 찬쉐(Can Xue) 가 꾸준히 거론된다. 다와다 요코는 일본어와 독일어를 넘나드는 이중언어 작가로, ‘헌등사’와 ‘지구에 아로새겨진’으로 미국도서상 번역부문에서 수상 또는 후보에 올랐다. 찬쉐는 초현실적 서사와 인간 내면의 불안, 사회 비판을 결합한 작품으로 ‘중국의 카프카’로 불린다. 다만, 지난해 한강 수상으로 올해 중국과 일본의 작가는 수상권에서 멀어졌다.
시상식은 12월 스톡홀름에서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5억 원)와 함께 금메달, 그리고 스웨덴 왕궁에서 열리는 시상식 초청을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별도로 수여된다.
올해 노벨상 시리즈는 6일 생리의학상,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순으로 이어진다. 수상 발표는 모두 노벨재단 공식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