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의대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하는 학교가 서울대 공대라는 우스개가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진학 열풍을 빗댄 말이다.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부제의 KBS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된 것도 한국 사회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과학기술 인재들을 거침없이 빨아들여 왔다. 해외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2008년부터 가동해온 ‘천인계획’이 대표적이다. 대대적인 인재수혈의 결과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은 물론 과학기술 전반에서 중국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장래를 불안해하는 한국 과학 인재들도 타깃이다. 지난해에는 카이스트에 최연소(28세)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석학이 중국 전자과학기술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국가 석학’으로 지정된 과학자들의 연이은 중국행도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 대학 등이 인재들을 데려가기 위해 국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카이스트 교수들에게 조직적으로 e메일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세밑 국내에서는 받아주는 곳이 없어 중국에 정착했던 젊은 물리학도가 세계적인 석학이 돼 한국으로 귀환했다는 뉴스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김기환 중국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으로 합류한 것이다. 양자컴퓨터·양자통신의 기반이 되는 양자정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 단장은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지만 한국에는 자리가 없어 2011년 중국행을 선택했다. “낙담하고 있었는데, 중국 칭화대에서 러브콜이 왔어요. 늘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이제야 돌아오게 되었네요.” 나라가 거두지 못해 부득이 ‘해외 유랑’에 나서야 했던 그의 처연한 심정이 언론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한국 과학 연구 현장은 경제적 지원도 부족하고 연구자들의 의욕을 꺾는 보고서·성과 위주의 제도적 제약도 심하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몰고온 충격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양자석학의 금의환향이 인재를 해외에 빼앗기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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