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국제간 농업교류, 실적보다 실질을

2025-08-06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국내 여러 지자체나 기관들이 해외의 지방정부 또는 기관과 농업기술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간혹 기사 내용을 접하고 나면, 협약의 당사자인 외국 지자체나 기관이 해당 국내 지자체의 농업 정체성이나 특산품과 큰 관련이 없는 경우가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보도되지 않은 사정이나 배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외형만 놓고 보면 ‘연결이 쉬운 곳’ 혹은 ‘실적 쌓기용’ 협약이라는 인상을 주는 사례들도 없지 않다.

2025년 8월 5일 보도된 담양군의 사례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담양군은 대만 장화현(彰化縣) 융징향(永靖鄉)과 미래 농업기술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사에서는 “양 지역의 농업 경험과 기술을 공유해 농가소득 증진과 상호 발전을 도모한다”라는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융징향(永靖鄉)은 2023년 3월 기준 인구는 약 35,000명이다. 융징향은 전통적인 농업지역으로, 벼농사 외에 채소, 화훼, 과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지를 방문해 보면 특히 화훼가 발달된 지역으로 담양군과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만약 담양군이 농업교류 대상처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정체성 있는 연계를 우선 고려했다면, 대나무의 경우 대만 난터우현(南投縣) 주산향(竹山鎮), 신주현(新竹縣) 관시진(關西鎮), 윈린현(雲林縣) 린내향(林內鄉), 타이중시(臺中市) 우펑구(霧峰區) 지역들과의 협력이 보다 자연스러웠을 수 있다.

이중 난터우현 주산향은 주산(竹山)’이라는 이름 자체가 ‘대나무의 산’이라는 뜻이며, 대만 대나무 산업의 중심지이다. 대나무 공예, 죽기(竹器), 죽채(竹菜), 죽초(竹醋液), 죽탄(竹炭) 등 대나무 가공품 산업이 발달되어 있으며, 죽산죽문화원구(竹山竹文化園區)라는 박물관 및 체험 공간이 있으며, 죽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죽산향 죽예절제(竹山竹藝節) 등 대나무 관련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담양군의 농업 정체성을 딸기에 초점을 맞추고 대만 지자체와 협력을 원했다면 먀오리현(苗栗縣) 다후향(大湖鄉), 신베이시(新北市) 샨사구(三峽區), 타오위안(桃園市) 다시구(大溪區), 타이중(台中市) 허우리구(后里區)와의 업무협약이 잘 어울린다. 대만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으로 딸기는 주로 고랭지에서 재배하는데, 먀오리현 다후향은 대만 최고 딸기 산지로 해발 400~600m의 고랭지에서 딸기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오리현 다후향은 ‘딸기의 고장’으로 가장 유명하며, 대만 전체 딸기 생산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며, 딸기와 관련된 6차 산업화 모델(생산–체험–가공–관광)의 대표 지역이다. 다후 딸기 문화관(大湖草莓文化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딸기 축제(草莓文化節)를 개최하고 있다. 딸기 축제에서는 딸기 수확 체험, 딸기 요리 시연, 딸기 와인 등 다양한 콘텐츠 제공하고 있다.

신베이시 샨사구, 타오위안 다시구, 타이중 허우리구는 도시 근교 도시 근교 딸기 체험 농업이 발달된 지역으로 딸기 수확 체험과 더불어 딸기잼, 딸기우유, 딸기빙수 등 가공식품도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농장 내 카페, 딸기 디저트 판매를 병행하는 곳들이 많아 광주 근교에 위치한 담양의 달기 농가들이 노하우를 배울만한 곳들이 많다.

담양군에서 관엽식물과 초화류 등 화훼 생산량이 많은 융징향(永靖鄉)과 업무 협액을 맺게 된 과정이나 목적은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융징향과의 협약도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해외 교류 협약을 추진할 때에는 단순한 외형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자치단체의 농업 정체성과 실질적인 산업 연계 및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협력 대상을 면밀히 조사하고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발성 협약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실천 체계와 성과 관리 방안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국제교류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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