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소비자포럼] “FDA 승인이 끝 아냐…현지 판매망 장악력 중요”

2024-09-23

셀트·녹십자 등 美 현지법인 통해 직판 체제 구축

“연구개발 넘어 상업화 꿈꾸는 기업 많아지는 중”

그동안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은 ‘내수용’이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야 했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전 세계의 1.5%에 불과한 자그마한 시장에 안주했다. 그 결과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빅파마 1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30조원에 불과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2000조원(1조5000억달러)이 넘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요동치는 요즘, K-제약·바이오는 이제 해외로 나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외로 진출해야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도 확보 가능하다. EBN은 <제12회 소비자포럼 2024>에서 ‘To the global big pharma’를 주제로 한 웨비나(온라인) 방식의 포럼을 통해 K-제약·바이오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신약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해외 판매망 구축에 성공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사례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잘 팔리는 것은 아니기에 영업조직의 협상 능력과 회사 차원의 판매망 장악력은 신약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

여전히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향한 허들은 높지만, 리딩 기업들의 신시장 개척 성과가 국내 의약품 수출액 성장세에도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를 고무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21억8000만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전체 의약품 중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으며, 특히 미국·영국 등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업화 전략까지 고려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계속 늘어난 덕분이다. 업계가 통상 미 FDA 승인 여부를 글로벌 신약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일단 FDA 허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영업조직이 계약을 따내고 판매망을 구축해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는 셀트리온, GC녹십자 등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자체 판매망 구축을 통한 영업·마케팅 작업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확보에 성공했다. 향후 직판 체제가 안착한 다음엔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판매하는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은 지난해 5월과 10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의 FDA 승인을 각각 받은 바 있다. 이후 두 제품은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각각 미국 출시 후 유럽과 마찬가지로 직접 판매 방식을 활용해 판매처 확장 작업을 지속하는 중이다.

특히 짐펜트라의 경우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SI) 같은 대형사를 포함, 다양한 규모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들과 계약을 마쳤으며 미국 사보험 시장의 약 40%(가입자수 기준)를 확보한 상태다. PBM은 미국 의료보험시장에서 약품 유통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PBM 등재가 곧 시장점유율 확보로 연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바이오시밀러 품목 수출이 고르게 성장한 덕에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하기도 했다.

GC녹십자 역시 지난해 12월 FDA 승인을 받은 면역결핍증 혈액제제 ‘알리글로’을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 유통하고 있다.

판매는 GC녹십자의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현지 판매를 시작한 지 1달여 만에 익스프레스스크립트(ESI), CVS케어마크, 옵텀 등 3대 PBM 등재는 물론 7곳의 전문약국과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과거에는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L/O)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판매망을 구축할 실질적인 기회 자체가 없었던 셈이지만, 이제 기업 스스로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 아래 상업화 역량을 키워가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의 FDA 승인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결국 처방률이 높아야 성공한 약물이기 때문에 영업·마케팅 작업이 신약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 시 단순히 수수료를 떼어주는 파트너사를 구하는 것보다 직판을 통해 판매 일정을 자체적으로 컨트롤하는 등 주도적으로 상업화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례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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