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40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한 번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를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끈기로 값진 결실을 이뤘다며 칭찬해야 할까? 2014년, 메이저 석유 기업 쉘(Shell)은 메이저들이 30여년간 40회가 넘는 탐사시추에 실패한 가이아나 스타브룩(Stabroek) 광구의 권리를 단돈 1달러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그러나 엑슨모빌(ExxonMobil)은 탐사를 이어갔고, 2015년 상업 생산이 가능한 리자-1(Liza-1) 유전을 발견하는 반전을 이룬다. 이후 가이아나는 남미 최빈국에서 매장량 세계 17위의 산유국으로 도약했다.
한국도 오랜 시간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해 심해에서 탐사시추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검토를 거쳤어도 아직 시추가 몇 번 만에 성공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단 한 번의 시추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10번을 시도해도 기대했던 결과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불확실한 도전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할까?
국내 자원개발은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이다. 국내 에너지 산업은 투자 감소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탐사로 자원개발에 성공하면 국민 생활의 편의를 책임지는 에너지를 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자원개발은 조화로운 에너지 공급에 기여한다. 에너지 공급에 있어 탄소중립과 안보, 경제성은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시대 과제로 부상하였으나, 전쟁과 공급망 위기 등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세 가지 가치가 모두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하며, 국내 대규모 가스전 개발은 이에 부합하는 대안이다.
만약 탐사에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얻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탐사 과정에서 동해 심해자원에 대한 정보라는, 쉽게 확보할 수 없는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된다. 해저 탐사는 영토와 영해의 범위를 땅속까지 확장해 3차원으로 넓히는 일이며, 국부를 증대시키는 작업이다. 또한, 기술 집약적인 심해 탐사를 진행하면서 참여하는 기업과 인력의 기술력도 높아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동해 탐사시추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인 탐사시추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국익과 안보를 위해 부존자원과 해양 정보 확보를 위한 탐사 활동은 국력이 뒷받침되는 한 지속할 필요가 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