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정 수뇌부의 이견이 노출되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중재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선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법무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각각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그런 뒤 총리실 산하엔 범정부검찰개혁추진단이 설치돼 정부 입법 형태로 후속 입법을 주관하게 되는데, 김 총리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 총리는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 후속 입법의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남길지에 대해 “수사기관 단위에서 수사를 다 하고 완전히 끝내버리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실상 기소·불기소까지 결정하는 권한을 주는 측면이 역으로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수사가 부족하거나 할 때 보완수사를 하거나 적어도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권한 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고도 했다.
김 총리의 발언은 비대해질 경찰 권력의 견제 장치로 보완수사권 존치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도입된 보완수사권은 경찰이나 중수청의 수사가 부실할 경우 공소청(검찰)이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같은 입장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위해 보완수사권도 박탈해야 한다”는 여권 강경파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에서 “당연히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줄 수 없다”며 “당에서는 (이 입장이) 거의 다수론”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검찰 개혁 후속 법안을 만들 김 총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 7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되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유예 기간 동안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전건송치 ▶수사지휘권 부활 등 수사 실무와 관련된 예민한 검찰 개혁 각론을 합의하기 위해서였다.
김 총리와 가까운 여권 인사는 “첨예한 쟁점이 남은 만큼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김 총리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원래 김 총리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진 않고 대신 의견을 듣고 중재를 하는 일을 잘한다”고 했다.
김 총리는 지난 7일 당정 협의회 때도 현장에서도 중재자를 자처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선 총리실 산하 범정부검찰개혁추진단에 민주당 인사를 포함시키는 문제와 관련해 “당이 빠질 수는 없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당의 참여 없이 정부 입법으로 후속 법안을 만드는 게 대통령의 뜻”이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사이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러자 김 총리는 “일단 총리실 산하 추진단엔 대통령실·정부만 참여하는 것으로 하고, 당정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것으로 하자”며 상황을 정리했다. 또 총리실 산하 추진단에 참가하는 외부 인사를 민주당에서 일부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대통령실도 10일 김 총리에 힘을 실었다. 이규연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 개혁의 후속 조치인 공소청과 중수청의 구체적인 조직·기능·역할·인력구성 등은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대한 영역”이라며 “행정의 영역에 속하기에 정부 주도의 정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여권 내 강경론을 겨냥해 “(후속 조치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데, 행정의 부분이기 때문에 그럴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 정부는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부 입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후속 입법을 마련할 것이란 걸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