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산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의 작물재배환경 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린 농정 당국이 6~7년 전엔 ‘국내로 수입될 경우 종자용으로 쓰여 시장과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농진청장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18년 11월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미국산 유전자변형(GM) 감자의 국내 수입 가능성과 이에 따른 우려를 언급했다. 당시는 미국 감자 생산업체 심플로트사가 우리 정부에 LMO 감자 수입 승인을 요청한 이후 안전성 논란이 확산하던 때였다. 국내에서 LMO 감자 재배는 불법이지만, 유전자변형 농산물 중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LMO는 재생산이 가능해 종자용으로 쓰일 수 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라승용 농진청장은 ‘미국산 GM 감자 수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나’라는 의원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라 청장은 또 미국산 감자가 (수입된 후 국내에서) 종자용으로 쓰일 가능성에 대해 “현재 법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종자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GM 감자가 국내에 들어와서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그러나 근 7년이 지난 올 2월 농식품부 의뢰를 받아 수행한 작물재배환경 위해성 협의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후 식약처의 인체 안전성 심사를 통과하면 미국산 LMO 감자의 수입이 허용된다.
농진청은 적합 판정 배경에 대해 “미국산 식품용 감자는 수입 통관 과정에서 발아억제제 처리를 필수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LMO 감자가 비의도적으로 유출되더라도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국내 토종 감자와 교배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통상압력에 대응하는 선물용으로 농정당국 스스로 비관세장벽을 해제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당시(2018년)엔 종자로 전환돼 쓰일 수 있는 0.01% 가능성에 대해 (농진청장이) 언급한 것일뿐 그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때와 지금의 농진청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진청이 농민을 배신했다”며 LMO 감자 수입 승인 절차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GMO반대전국행동, 농민의길 등 시민·농민단체는 이날 전북 전주 농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진청의 GMO 감자 수입 승인 졸속 진행은 농민을 배신한 행위”라며 농진청장의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했다.
농진청이 심사에서 생산자인 농민을 참여시키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사위원회에는 학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인 내외로 구성돼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물재배환경 위해성 협의 심사를 하면서 정작 감자를 재배하는 생산자가 배제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농민이 참여해 재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