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3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2025.05.27. [email protected] /사진=
"토론은 없었다. 정책은 실종됐고 덫을 놓으려다 올가미에 감긴 이전투구의 현장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3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회에 대한 정치평론가의 신랄한 평가다. 역대 최악의 대선 후보 TV토론회란 혹평까지 나왔다. 주요 후보 모두 득보다 실이 컸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존재감만 커졌단 분석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 초청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18일 경제 분야 토론을 시작으로 23일 사회, 27일 정치 분야 토론이 차례로 진행됐다. 1~3차 토론회 내내 각 후보의 공약을 놓고 생산적인 토론을 벌이기보다 지엽적인 사안들을 놓고 후보들끼리 물고 뜯는 장면이 반복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3차 토론의 경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특히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전날 TV토론회에서 권영국 후보에게 여성 신체 등에 대한 표현이 담긴 성폭력성 온라인 게시글을 인용해 질문했다. 토론회를 마친 뒤 각 당은 이 후보를 규탄했고, 복수의 개인 및 시민단체가 이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아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 마디로 TV를 끄고 싶은 토론이었다. 막장을 넘어 무례가 극에 달했다"며 "토론 중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순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돼선 안 된다. 20년 넘게 정치평론을 하고 있지만 최악이라 할 수 있는 TV토론회였다"고 꼬집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3차 토론의 주제는 정치였다. 개헌, 12·3 비상계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비교할 기회였던 까닭에 거대 담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기대됐으나 도저히 대선 토론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유치한 수준으로 마무리됐다"고 했다.
각 주요 후보에 대해서도 아쉬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토론 시작 전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부터 맹공이 예상됐던 탓에 선방했단 평가도 나오지만, 1위 후보다운 품격을 보이지 못했단 비판도 없지 않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는 도중 한 시민으로부터 이 후보가 전날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를 묘사하며 젓가락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항의를 받고 있다. 2025.05.28.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본인이 느끼기에 치욕스러운) 공격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 점은 높게 평가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토론을 주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박창환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준비된 후보'란 이미지가 강한데도 3차 토론이 끝난 뒤에 공약집이 나온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이준석 후보 간 다툼과 대선주자 토론이란 본질에 집중한 권영국 후보 사이에서 존재감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후보에 대한 기대가 없던 만큼 득을 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볼 정도는 아니란 지적이다.
엄경영 소장은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기대를 모은 것은 이재명·이준석 후보였다. 두 후보는 (부정적 요소를 제외하고) 토론이 전개될수록 각자의 장점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반면 김문수 후보는 애초부터 큰 기대감을 모으진 못했고 실제 토론에서도 존재감은 부족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선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을 공격하기 위해 한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며 자충수가 됐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무당·중도층 표심이 쏠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단 관측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거친 언행에 고통받은 이재명 후보처럼 이준석 후보 스스로 본인에 부정적 꼬리표를 붙였단 지적도 나온다.
박창환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TV토론회에서 '박근혜(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트리러 나왔다'고 한 것이 기폭제가 돼 고령의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가게 했던 것처럼, 이준석 후보의 전날 논란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표심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이번 대선이 이재명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다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여러 논란의 발언으로 선거 때마다 고통받았던 것이 이재명 후보이고 그런 이재명 후보를 다른 후보의 입을 빌려 공격하려던 것이 어제(27일)의 이준석 후보였다"며 "더 큰 공세를 위한 포석의 개념으로 한 발언이었겠지만 이준석 후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본인을 따라다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3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2025.05.27. [email protected]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