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후보 간 공개 토론회가 3번 열리고 끝났다. 그동안 대선후보 간 토론회의 역사에서,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토론을 통해 희망적인 비전이 비치는 토론 보다는 비방과 헐뜯기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이번의 토론회 역시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도 역시나 그랬다. 첫째 토론회는 경제 분야(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전략,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 두 번째는 사회 분야(사회갈등 극복과 통합방안, 연금, 의료 개혁, 기후 위기 대응 방안), 세 번째는 정치 분야(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 정치개혁과 개헌, 외교 안보 정책)였다(주제를 모두 적은 이유는 얼마나 주제와 동떨어진 토론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모두 굵직굵직하게 우리나라가 헤쳐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었기에 시간을 내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 주제와 관련하여 뇌리에 선명하게 남는 내용은 거의 없다. “저렇게 하면 우리나라 저성장을 끝내고 민생이 그나마 숨을 트일 수가 있겠구나!”, “저리하면 트럼프의 협박을 슬기롭게 대처하겠네”, “무너져가는 한국의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 저리하면 국가경쟁력이 자랄 수도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한 자락이라도 생성되고 뇌리에 남아야 하는데도, 그런 게 별로 없다. 물론, 토론의 규칙에서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그런 생산적인 결과물을 보여줄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애써 뭔가를 얘기하면, 그것과는 동떨어진 상대방의 과거 단편적 사실을 억지로 연계시켜 공격용으로 삼는 등, 특히 이재명 후보에 대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협공이 비방, 네거티브 위주였기 때문이었다. 김문수 후보는 대장동, 법카, 대북 송금 등 이미 많이 알려지고 재판 중인 사건들을 끊임없이 소환해 댔다. 마지막에는 ‘총통’, ‘괴물 독재’ 운운으로 다수당인 야당에 대한 윤석열의 계엄 불가피론을 연장하는 끔찍한 관점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RE100을 몰라 당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호텔 경제학’ 공격이나 총선 직전 윤석열의 ‘875원 대파’ 논란과 유사하게 ‘커피 원가 120원‘ 공격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낙인찍기를 계속 시도하더니 급기야는 마지막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한 여성비하 발언을 공공연히 함으로써 막장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는 정작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뭐를 핵심적으로 추진하여 뭐를 달라지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그 대신 대안이나 비전은커녕 현실도 제대로 인식이 안 되어 수치 오류와 그를 기반으로 한 사실 왜곡의 발언들이 순전히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 계속 이어졌는데, 특히 미래와 직결된 기후 위기 분야의 토론 내용이 그랬다. 이재명 후보는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해 줄곧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RE100을 달성하고 수출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화된 조건과 세계적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대응하려는 내용을 밝혔지만,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원전 중심, 재생에너지 무시의 발언으로 일관하며 사실조차 왜곡하였다. 김문수 후보 왈, “후쿠시마는 폭발한 게 아니다. 지진과 해일이 그런 것”이라는 말로 사실을 왜곡시켰다. 사실은 지진과 해일로 냉각수 전원이 끊겨 원자로 냉각 역할 상실이 내부에서 수소폭발을 일으킨 것이었지만, 지진이라는 최초의 영향만 건드려 핵발전소 자체는 안전하다는 것을 사실 왜곡으로 증명하려고 애쓴 것이었다. 기후 위기의 심화로 자연재해는 과거 데이터를 뛰어넘기에 안전에는 신화가 없음을 후쿠시마가 보여줬는데도, 핵 안전 신화를 유지하려는 의도적인 악선동은, 김문수 후보 자신이 완전히 내면에 동화되어, 현재 발전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원전을 배로 늘려 60%까지 하겠다고 하는 지극히 몰지각한 행태로까지 나아갔다. 이런 공약에 대해, “한국기업들이 RE100 달성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수요는 어찌할 것인지?”를 묻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김문수 후보는 “RE100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원전 확대의 미래만을 꿋꿋하게(?) 주장하는 반 산업·반 미래의 관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이외에도 원전의 정산단가로 가장 싸다는 주장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단가를 동원했는데, 이미 원전이 가장 비싼 전원임을 세계 각국이 증명하고 있지만, 이를 설명하기엔 지면이 짧다). 이준석 후보는 이런 김문수 후보에 편승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해 풍력 제조의 83.4%가 대부분 중국이기에, 결국 중국만을 위한 것이라고 마치 정확한 팩트인냥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였다. 하지만 현실의 해상풍력에서는 이제야 겨우 125MW를 건설 운영하고 있기에 27,000MW를 운영하는 중국에 비해 성적이 형편없어 중국이 매력을 느낄 시장도 아니고, 부품과 기자재별로 국적 구분하며 통계 낼 수 있을 정도로 크지가 않다. 따라서 이는 명백한 허위이다. 물론 앞으로 해상풍력을 확대한다는 가정하에서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 대한 해외의 잠식을 우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장점인 해양플랜트 기술을 이용한 하부구조물 제작과 설치 경쟁력, 세계 타워 제작 제1위 성적, 베어링 등 우수한 단조 기술이 있어 이를 활용한 새로운 시장에서의 국제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단연 앞서기에, 우려를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는 정치가 절실한 시기인데도,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막아버리려는 발상을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기에 대단히 비극적인 일이다. 그들에게 정녕 미래는 있는가? 특히 미래세대를 대표한다는 이준석 후보가 원전 신화에 갇혀 변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헛똑똑‘으로 일관, 반미래 후보를 자청하고 있으니, 그에게 미래는 있는가? 6월 3일 유권자의 심판이 정답을 말해줄 것이다!
김형근 ‘바꾸자울산’시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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