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이 국내 병원 최초로 의료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데다 다양한 연구·의료서비스에 접목할 다기능 수행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개발 과정에 네이버와 협업하며 병원과 IT 기업간 협업이 결실을 맺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오는 21일 인공지능(AI) 심포지엄을 열고 의료용 LLM 연구성과를 공개한다. 개발 작업에도 속도를 내 이르면 이달 중 외부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공개하는 LLM은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이 주축이 돼 가명화 등 개인정보보호 처리가 된 다양한 의료정보를 학습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다. 국내 병원 최대 규모인 서울대병원이 보유한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디지털병리시스템, 유전체 데이터 등을 활용했다.
가장 큰 특징은 한국어를 포함해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점이다. 의료 데이터는 일반적인 텍스트와 달리 전문 용어나 복잡한 문장 구조, 다양한 기록 형식을 갖고 있다. 국가별로도 차이가 크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LLM은 영어 기반이다 보니 학습에 제약이 있다. 서울대병원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의료 LLM을 국내 병원 최초로 개발,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최적화했다.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 LLM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다수 병원이 LLM을 개발하고 있지만 의료영상 판독이나 환자 징후 예측 등 목적과 쓰임이 정해져 있다. 서울대병원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확장형 LLM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형철 서울대병원 정보화부실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한국어에 특화된 의료용 모델로는 국내 최초의 LLM”이라며 “여러 업무에서 쓸 수 있어 추후 적용 영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의료용 LLM을 당분간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설립 취지인 공공 의료강화를 위해 개발 결과물을 외부 개방하는 것도 검토한다. 안정성 등 검증이 끝난 뒤엔 병원 디지털전환 핵심 도구로 활용할 방침이다. 의료영상판독부터 판독문 생성, 환자 안내를 위한 챗봇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초 한국형 LLM 개발엔 네이버의 물밑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3년 7월 서울대병원에 3년 간 300억원을 지원하는 기부 약정을 했다. 서울대병원 단일 연구 지원기금 기부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서울대병원은 이 기금을 이용해 연구인력 충원은 물론 그래픽처리장치(GPU) 40대 등 핵심 인프라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성과를 지원했다는 평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