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커머스와 택배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이 촉발한 배송 경쟁으로 가격보다 '배송'이 고객 충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가 택배사의 물류 네트워크를 무기로 속도전에 나서는 '초밀착 동맹'이 확산하는 추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G마켓은 오는 20일부터 '판매자 스타배송' 서비스에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연동한다. 지난 4월 서비스 출시 이후 CJ대한통운 단독 체제였던 물류 파트너를 4개월여만에 총 3개 업체로 확장했다.
G마켓의 판매자 스타배송은 고객에게 약속한 날짜까지 100% 배송해온 '스타배송' 범위를 개별 물류창고를 활용하는 브랜드와 중소상공인까지 확대한 형태다. 이번에 한진·롯데를 끌어안으면서 한층 넓은 배송망을 확보한 것은 물론 물량 증가, 특정 업체 파업 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커머스와 택배사의 '물류동맹' 사례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가 단독으로 최소 몇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자체 배송망을 구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증한 택배 수요가 서서히 줄고 있는 택배업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의 배송 물량을 흡수해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최근 커머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네이버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CJ대한통운, 한진 등 물류사와 연합전선을 꾸리고 '네이버도착보장'을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배송(N배송)'으로 개편했다. 특히 주 7일 배송에 나선 CJ대한통운을 등에 업고 주말배송에도 나서며 고객 편의를 극대화했다. 최근에는 한진택배도 N배송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다.
11번가도 지난 2월 한진택배와 손을 잡고 '슈팅배송'에 주말 당일 배송을 도입하며 주 7일 배송 체제를 완성했다. SSG닷컴은 물류 비용 절감을 위해 새벽배송과 일부 주간배송 물량을 CJ대한통운에 이관했다.
택배업계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손'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력한 자체 배송망을 갖춘 쿠팡의 선전이 택배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신규 수요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이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 물량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특히 알리의 국내 배송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CJ대한통운은 최근 테무에서도 배송 물량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커머스와 택배업계 간 협력이 한층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양 업계가 단순히 물량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풀필먼트, 인공지능(AI) 기반 배송 등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빠른 배송을 넘어 날짜와 시간대별 지정 배송, 2시간 이내 퀵커머스 등 배송 서비스가 다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