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영천(강지구 분)이 리더를 맡고 있는 연기 스터디에 병한(김근형 분)이 찾아온다. 옥상에서 이뤄지는 연기 스터디 모임은 리더 영천을 비롯해 도현(김무늬 분), 석교(김태훈 분), 광오(차재원 분)로 이뤄져 있다.
리더 영천은 러시아에서 연극 연기를 공부하고 경험하고 온 인물로 나름 연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병한에게 연극은 몇 편이나 보는지 묻는 말로 기세를 제압하려 한다.
돌아가면서 연기를 하고 서로 피드백을 갖는 시간, 병한의 연기에 각자 코멘트를 주고받는다. 다음엔 리더 영천의 즉석 연기 차례다.
영천은 비장한 눈빛과 목소리로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의 대사 "나는 오늘 갈매기를 죽이는 아주 비겁한 짓을 저질렀어요. 이걸 당신 발아래 바칩니다. 머지않아 나도 이렇게 될 거예요"를 러시아어로 외친다.
팀원들은 영천의 대사가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왜 영화감독들이 영천이를 몰라보는지 모르겠다"라며 저마다 칭찬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 새 멤버 병한이 조심스럽게 반기를 든다. 매체 연기를 주로 해온 병한이 보기에 영천의 잔뜩 힘이 들어간 연기가 부자연스럽다.
병한의 피드백에 영천은 고전을 많이 보지 않는 병한이 자신의 연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뉘앙스로 넘어가려 하지만 팀원들은 곧 병한이 유명한 봉 감독의 영화 오디션에 참여했다는 말에 노선을 변경한다.
매체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영천 역시 병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영천의 디렉션을 받으며 자신을 내려놓고 병한의 디렉션에 따라 연기를 반복하기 시작한다.
팀원들은 자리를 떠나고 병한도 급한 일 때문에 자리를 떠난 후, 영천은 돌아가고 있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자기소개를 하다, 결국 담백함을 택한다.
'OK, 탑스타'는 옥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연기 스터디를 무대로, 허세로 가득 찬 리더 영천이 자신의 틀을 깨고 진정한 연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제목에서부터 언어유희를 활용한 재치가 돋보이며, 한국어와 영어 제목이 각각 다른 층위의 의미를 전달한다. ‘옥(OK) 탑스타’는 영천이 자부심으로 지탱하는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영어 제목 '루프탑 스타'는 그 허세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은유한다.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이 가진 허세와 열정, 간절함 등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짧은 시간 안에 꿰뚫어 본다. 영천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열정이 과잉된 허세로 나타나며 주변과 부조화를 일으킨다. 영천의 허세는 '갈매기'의 러시아어 대사를 통해 고전 연극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의도이지만, 오히려 병한에게는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연기로 보인다. 이러한 디테일은 영천의 허세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면서도, 그가 연기에 진심인 인물임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옥상이라는 공간은 제한적이고 폐쇄적이지만, 동시에 가능성을 상징한다. 연기의 틀을 벗어나려는 영천의 여정과 맞물려,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러닝타임 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