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진출 1세대 이병헌도 놀란 ‘오징어 게임2’ 열기 [D:인터뷰]

2025-01-19

2009년 영화 ‘지아이조’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배우 이병헌도 ‘오징어 게임2’의 뜨거운 열기에 놀랐다. 2013 ‘레드: 더 레전드’, 2015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해외 관객들을 만났지만, “지금처럼 큰 반응을 체감한 것은 처음”이라며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에 거듭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서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치열한 대결을 펼치며 ‘다시 시작되는’ 게임의 묘미를 배가했다. 전 시즌에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프론트맨으로 깜짝 등장, 놀라움을 선사했던 그는 시즌2에서 중심인물로 활약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병헌 또한 기대했던 전개와는 ‘다른’ 서사로 이야기를 확장한 시즌2에 만족감을 표했다.

“혹평이 없을 순 없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수긍 가는 혹평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만족스러웠다. 감독이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시즌1에서는 오일남 캐릭터가 옆집 사는 할아버지 같지 않나. 그런 다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회차를 이어가다가 정체를 밝히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었다. 또 이번엔 반대로 모두가 프론트맨을 다 아는 상황에서 게임에 잠입시키며 다른 방식을 취했다. 시청자와 프론트맨만 알고 있는 약속인데, 그런 지점들을 만들어낸 게 인상적이었다. 매 게임 찬반 투표를 하는 것도 누군가는 그것 때문에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런 새로운 시스템을 더한 게 영리했다고 생각했다. ”

프론트맨 인호의 과거 서사를 드러내는 것도 중요했다. 이미 게임에 참여해 우승을 했지만, 그럼에도 떠나지 못한 인호의 ‘선택’을 납득시키는 것이 이병헌에겐 ‘숙제’였던 것. 이번 시즌 ‘다시’ 게임에 참여해 기훈을 농락하는 프론트맨의 선택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이병헌 또한 치열하게 인호의 속내를 고민했다.

“인호의 처참한 상황과 삶을 생각했다. 와이프가 임신을 했는데 죽고 평생 몸담았던 회사에서 잘렸던 그런 상황에서 죽지 못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고 우승자가 된 인물이지 않나. 그 과정은 얼마나 처참했겠나.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면서 인간의 바닥을 봤겠나. 인간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아무 희망이 없고 비관의 끝을 달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연기를 한다고 해서 (시즌2 게임 속 인호의) 그 감정이 나올 수 있을까.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무표정이지 않을까. (감독님과)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조금 더 보여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더 환희하는 척, 기뻐하는 척, 긴장하는 척 해달라고 하셨다. 배우로서 판단과 전체를 보는 감독의 다른 시각이었다. 그런데 보고 나선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이렇듯 메시지도, 재미도 놓치지 않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기 전부터 해외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쏟아졌고, 이병헌 또한 해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이 열기를 경험했다. 과거 ‘지아이조’ 등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며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에 이병헌도 감탄했다.

“‘지아이조’로 17년 전쯤 미국에 갔었다. 그땐 ‘도전한다’는 의미였다. ‘배우로서 기회가 왔으면 한 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했지, 계속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에선가는 나를 알아보지만, 또 어디에선가는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 배우로서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아이조’를 하면서 그런 삶은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못 알아보더라. 이번에 감회가 새로웠던 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몇 편이나 찍으면서도 못 느꼈던 것들을 이번에 느꼈다. 공개 며칠 전에 프로모션 때문에 해외에 갔었다. 이벤트를 열었는데, 2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집한 것을 보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걸 느꼈다. 이 작품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특히 해외 작품에 한국 배우가 진출한 것이 아닌, 한국의 콘텐츠로 해외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이 남달랐다.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주더라’라며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체감한 이병헌은 이 상황에 ‘감래무량하다’라고 표현하며 남다른 감정을 내비쳤다.

“할리우드 작품을 몇 편 했지만, 지금은 한국어 연기로, 한국 배우, 감독과 한국 작품으로 사랑을 받는 게 놀라웠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일본에서 잘 나가던 배우였는데, 한때 일본 작품은 거의 마다하면서 할리우드에 집중하려고 하기도 했었다. 이후 미국 영화에 이런저런 역할로 출연했지만 크게 빛을 보진 못했었다. 그런데 너무 아이러니하게 모든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쥔 건 결국 일본어로 된 일본의 이야기 ‘쇼군’이었다. 저도 비슷한 거다. 할리우드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큰 환대를 받은 건 한국 작품을 가지고 왔을 때다. 아이러니하면서도 감개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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