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싸우는 브로드컴, 이번엔 지멘스와 소송

2025-03-31

브로드컴이 또 하나의 VM웨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분쟁을 일으켰다. 이번엔 한때 파트너였던 지멘스와 소송전이다.

최근 브로드컴은 미국 댈라웨어 지방법원에 지멘스 미국법인을 상대로 VM웨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은 지멘스가 당초 구매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보다 더 많은 양을 사내에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브로드컴의 소장에 따르면, 지멘스는 VM웨어로부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해 다운로드, 복사, 배포해왔다. 작년 9월 9일 지멘스는 브로드컴에 보유한 VM웨어 제품에 대한 기술지원을 1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며 라이선스 목록을 제공했다. 브로드컴은 제출받은 목록을 검토한 결과 계약한 양보다 많은 수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로드컴은 이를 지멘스에 알렸다고 한다.

지멘스는 브로드컴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브로드컴은 지멘스의 서비스 중단을 피하려 30일 간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후 지멘스는 10월 29일 애초 제공했던 목록을 수정해 새 목록을 전달했다. 목록은 실제 계약 내용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브로드컴은 VM웨어 소프트웨어 감사를 지멘스에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브로드컴은 “지멘스는 9월 9일 제출한 목록으로 “유효하지 않은 제품을 나열하면 라이선스 침해 청구에 노출되고 서비스 지불 금액이 증가하기 때문에 목록을 준비하는데 주의를 기울였고, 실제로 보유한 제품의 라이선스 수를 정확하게 기록했을 것”이라며 “VM웨어의 제품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침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2021년 VM웨어와 체결한 ‘엔터프라이즈라이선스계약(ELA)’에 따라 1년의 기술지원 서비스 연장권을 행사하려 했다. 그런데 지멘스의 이런 시도가 오히려 불법 사용을 자인한 꼴이 됐다. 현재 지멘스는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VM웨어와 지멘스는 2023년 제조업 분야 운영기술(OT) 관련해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던 사이다. 지멘스는 VM웨어 솔루션을 바탕으로 제조 분야 소프트웨어 자동화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었다. 양사의 이런 긴밀한 협력은 실현되기 힘들어졌다.

브로드컴과 지멘스의 소송전은 앞으로 VM웨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둘러싼 고객 감사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그 일환인 지 지멘스에 소송을 제기한 3일 뒤인 지난 24일 브로드컴은 고객과 채널 파트너에게 소프트웨어 바이너리 다운로드 채널을 단일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VM웨어 고객과 파트너는 소프트웨어 바이너리를 정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됐다. 다운로드를 받으려면 브로드컴 지원 사이트에 로그인해 고유 토큰을 신청해야 하고, 토큰 없이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없다. 토큰은 개별 사용자별로 발행되기 때문에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또한 브로드컴은 VM웨어 소프트웨어를 누가, 어디서, 얼마나 다운로드 받고 활용하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정책은 4월 24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돼 기존 다운로드 URL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위한 공식 채널은 흔히 독점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용자 감사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사용자의 다운로드 수와 계약서를 비교해 사용 현황을 점검하고, 라이선스 감사를 시도해 불법 사용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신규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브로드컴은 소규모 기업에 대한 과금 규모 확대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레지스터는 지난달 브로드컴이 VM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VCF) 구독의 최소 구매 라이선스 요구 사항을 72코어로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최소 구매 요구사항은 16코어였다.

IT유통기업 애로우의 프랑스 지사는 VM웨어 파트너에게 가격 인상을 이메일로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4월 10일부터 VM웨어 라이선스 최소 코어 수가 16개에서 72개로 증가한다. 또한 지정일에 구독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않은 최종고객에 대한 벌금을 도입한다는 경고도 담겼다.

VCF를 큰 규모로 사용하는 대형기업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소규모 기업의 경우 큰 영향을 받게 된다. 16코어만 사용하던 고객도 쓰지 않는 용량에 대한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은 기능을 제공하는 V스피어 파운데이션과 V스피어 엔터프라이즈 플러스 고객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은 4월 24일부터 VM웨어 제품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을 공식 다운로드 웹사이트 하나로 단일화한다. 4월 24일부터 고객은 VM웨어로부터 다운로드 토큰을 얻어야 제품 바이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토큰 덕분에 브로드컴은 어느 고객이 얼마나 많은 양의 VM웨어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대량으로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대형 고객에게 집중하려는 브로드컴의 방향과도 일 한다. 브로드컴은 작년 직접 영업대상 대기업 2000개를 선정해 파트너 영업을 종료시켰다. 이후 12월 직접 영업대상 고객을 500개로 줄이긴 했지만, 대형 기업 집중이란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다.

브로드컴의 VM웨어 라이선스 변경과 냉정한 영업으로 국내외에서 VM웨어 환경을 타 솔루션으로 이전하려는 기업과 조직이 늘고 있다. 뉴타닉스와 레드햇이 일찌감치 VM웨어 마이그레이션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올해 HPE도 리눅스 기반 서버 가상화 솔루션을 출시해 VM웨어 마이그레이션 고객 유치에 나섰다. 국내서도 오케스트로, 이노그리드 등이 VM웨어 마이그레이션 사업을 여럿 수주해 수행중이다. 브로드컴과 고객의 연이은 분쟁과 라이선스 관련 부정적 뉴스가 많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 VM웨어 이탈을 검토하는 곳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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