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망 무임승차’ 도 넘은 버티기… 트럼프 상호관세 변수로 [심층기획-다시 불붙은 '망 사용료' 논쟁]

2025-03-31

빅테크 외면해온 수백억∼수천억 이용료

‘비관세 장벽’ 몰아 관세전쟁의 무기화

실제 구글 트래픽 전체 30% 차지 최대

네이버·넷플릭스 등과 형평성도 문제

美·佛 등 해외서는 망 이용료 지불해

제도 개선 넘어 협상력이 해결 열쇠

美 통상압박 우려 정부도 조심스러워

전문가 “차별없이 부과… 장벽 아니다”

수년째 공전 중인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새 복병이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 기업을 차별하는 비관세 장벽을 골라내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놨다.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일이 임박한 가운데, 미 빅테크가 외면해온 수백억∼수천억원의 망 이용료도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찍혔다.

구글·넷플릭스 같은 기업과 각국은 망 이용료를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왔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 개정 등이 시도됐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이 망 이용료에 ‘버티기’로 일관해 성토 목소리가 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관세전쟁의 무기로 비관세 장벽을 들고 나오면서 문제 해결은 더 요원해졌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료는 비관세 장벽과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미 기업만 노린 조치가 아니라 국내외 기업 대부분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한 교착상태를 해소하려면 올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가 문제 삼는 망 이용 대가

망 이용 대가란 구글·넷플릭스·메타 같은 콘텐츠 기업(CP)이 인터넷 망에 막대한 데이터를 보낼 경우 통신 사업자(인터넷 서비스 업체·ISP)에 따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논란이다. 사진 몇 장 올리는 일반 소비자와 남의 망에 올라타 수천억원을 버는 CP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갈등은 동영상 등으로 데이터양이 폭증하며 불거졌다. 통신 사업자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할 비용은 본인들이 대는데, 정작 구글·넷플릭스 같은 CP가 돈을 긁어모은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빅테크에 망 이용료를 요구했다. 이미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구글·넷플릭스가 거래를 끊으면 아쉬운 쪽은 통신 사업자이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빅테크는 통신사가 가입자들에게 이용료를 받는 점, 본인들이 미국에서 망 접속료를 냈고 해저 케이블을 지나 해당 국가 근처까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복사본을 미리 저장해놓는 캐시서버)를 구축해놓은 점 등을 근거로 이용료를 거부했다.

반면 통신 사업자는 CDN에서 국내 이용자까지 데이터를 보낼 때 여전히 지역망을 쓰니 비용을 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망 이용료 분쟁은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4년에 걸친 법정다툼이 대표적이다. 2019년 SKB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이용 대가 협상 재정을 신청했다. 넷플릭스는 이듬해 소 제기로 맞섰다. 1심은 SKB의 승리였다. 항소심이 이어졌으나, 넷플릭스가 2023년 9월 SK브로드밴드와 협상에 응하기로 하면서 소송이 끝났다.

◆“EU, 망 이용료 30조원 이상 예상”

망 이용료 논란은 트럼프 취임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산업별로 각국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최근 USTR에 한국의 망 이용료 추진이 부당하다고 의견서를 냈다. 고정밀 지도 반출 금지,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 플랫폼 규제 입법 등도 지적했다. 이렇게 모은 의견들은 상호관세를 매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회원사로 둔 CCIA는 한국과 함께 유럽연합(EU), 브라질, 인도 등의 망 이용료 추진을 문제 삼았다. EU는 올해 제정 예정인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통해 망 이용료 협상이 난항일 때 분쟁 해결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CCIA는 “(EU가 주장하는) 망 사용료는 미국 기업들이 불균형하게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며 “입법안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EU) 통신업계 협회의 초기 예측에 따르면 연간 200억유로(약 31조8000억원) 수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측이 망 이용료를 비관세 장벽으로 모는 이유는 ‘트래픽 유발자’ 대부분이 빅테크여서다. 구글·메타는 세계 무선인터넷 트래픽의 40%, 유선의 28%를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해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사 샌드바인에 따르면 틱톡을 제외한 구글·메타·넷플릭스·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7개 기업이 전 세계 무선 트래픽의 68%, 유선의 65%를 차지했다. 또 SKB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B의 전용회선을 이용하기 시작한 2018년 5월 트래픽은 50Gbps 수준이었으나 2022년 9월에는 1700Gbps로 약 34배 폭증했다.

◆다 내는데… 구글만 버티기

국내의 경우 망 이용료 갈등의 핵심은 구글이다. 구글은 유튜브·검색 등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전체의 약 30%)을 차지하지만 유일하게 이를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사업자들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넷플릭스·메타·디즈니플러스 등은 직간접적인 형태로 이용료를 내고 있다. 계약내용이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으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마다 수백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2017년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2016년에 734억원의 망 이용료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협상력이 크다 보니 국내 통신사에 기준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모든 국가에서 망 이용료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은 미국·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현지 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사업자 간 트래픽 발생량과 매출액 대비 망 이용 대가를 따져봤을 때 구글의 적정 망 이용대가는 추정매출의 2%인 약 2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협상력… 오랜 갈등 끝낼까

정부는 올해 망 이용료 논란에 진전을 보겠다며 의욕을 보였으나 트럼프 취임 후 조심스러운 처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통신사와 CP들이 ‘공정한 망 이용 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는지 이행점검을 했다. 올해 업무보고에는 망 이용 계약 의무화, 망 이용환경 실태조사 신설 등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압박에 정부 행보도 조심스러워졌다. 망 이용료로 꼬투리 잡혀 엉뚱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망 이용료는 모든 기업에 차별 없이 부과되고, 국내 통신사도 해외에 내고 있기에 결코 비관세 장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 라인의 경우 2020년 1∼9월 854억원을 현지에 냈다.

신 교수는 “근본적으로 망 이용료 갈등의 핵심은 협상력”이라고 말한다. 구글이 버티는 건 국내에 유튜브의 대체재가 없어서다. 그렇기에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경쟁 구도가 변하면 구글의 유연한 대처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22대 국회에서 망 이용계약을 요구할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두 건이 발의된 것도 청신호다. 법이 바뀐다고 망 이용료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통신 사업자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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