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안내 듣고 왔다가 지금 10분 넘게 옴짝달싹 못 하고 있어요. 앞뒤로 꽉 막혀서 유턴할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마포구 도화동으로 향하던 이현식(55)씨의 차량은 마포대교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행진에 가로막혔다. 오후 1시20분부터 1시45분까지 약 200m의 행렬이 마포대교를 지나갔다. 내비게이션은 이씨에게 행진으로 일시 통제된 길을 안내했고, 집회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씨의 차량 등 수십여 대는 제자리에 멈춘 채 약 150m가량 늘어섰다. 경찰 통제에 따라 강변북로로 향하던 차량이 교차로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마포대교를 건너기도 했다. 이씨는 “이미 신고된 집회인데 왜 내비게이션이 반영을 못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민주당 가두행진은 지난 11일 이후 닷새째 이어졌다.
지난달 15일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회가 이끈 행진 때도 내비게이션은 먹통이었다. 오후 1시부터 약 800m의 행렬이 아현교차로 일대를 통과했지만, 내비게이션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차들은 통제되지 않은 일부 차선을 이용해야 했고, 제때 좌회전을 하지 못하는 등 혼잡을 빚었다. 일대에선 30여분간 정체가 이어졌다. 행진 인파에 갇혀 교통경찰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온 차량도 있었다.
연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하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차를 몰고 나온 시민들이 집회 및 행진 인파에 갇히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은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 도로 네트워크, 재난정보 등의 사고 정보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가장 빠른 경로를 추천한다. 하지만 집회·행진 관련 정보를 내비게이션에 반영하기 위해선 업체 측이 경찰·지자체로부터 공문과 유선 등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직접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집회와 행진 정보가 내비게이션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생긴다.
탄핵 찬·반 비정기 집회 늘고, 인파 변수 많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비정기 집회가 많이 늘어난 점도 내비게이션 상 정보 누락의 원인이다. 특정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고정 집회의 경우 업체 측은 사전에 경찰과 지자체로부터 차선 통제 정보 등을 받아 반영한다. 하지만 비정기 집회는 집회 참가자 수가 급증하거나 추가 차선 확보가 필요하다는 등 변수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교통정리와 시위 인파 관리가 최우선이라 내비게이션 업체 측에 집회 관련 정보를 전파할 여력이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행진은 인원과 이동 방향이 변하는 등 변수가 많아 내비게이션에 즉각적인 정보 반영이 어렵다고 한다. 한 내비게이션 업체 관계자는 “탄핵 관련 집회는 참여 인원이 신고 인원보다 많을 때도 있고 통제 계획이 바뀌기도 한다”며 “장기간 통제로 이어지면 조사 차량을 투입해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진으로 인한 차량정체를 막기 위해 현장 대응을 하고 있다. 16일 마포구 공덕오거리, 아현교차로 등 주요 교차로 등에선 경찰이 행진 행렬을 멈춰 세운 뒤 차량을 우선 통행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행진 행렬을 못 보고 진입하는 차량을 분리 조치하거나 유턴(U턴)시키는 등 즉각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