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돼지·산란계에 대한 ‘농장동물복지 지침(가이드라인)’이 개발돼 축산농가에 보급된다. 하지만 농가 발목을 잡는 법적 규제나 강제사항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농장동물복지 연구와 정책 현황 심포지엄’을 열고 돼지·산란계 동물복지 지침 초안을 공유했다. 행사엔 유관기관·생산자단체·동물보호단체·학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공개된 초안을 보면 사료·음수·질병·조명·온습도·사육밀도 등 사육시설 관리 요령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가축 관리 요령은 상이했다. 산란계에 대해선 깃털 쪼기, 부리 자르기, 강제환우(닭에게 사료·물을 일주일 이상 공급하지 않고 털갈이를 진행시켜 경제주령을 늘리는 행위) 등이, 돼지에 대해선 꼬리 자르기, 거세, 견치 절치(송곳니 자르기) 등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포함됐다.
김찬호 축과원 동물복지연구팀 농업연구사는 “축산농가의 가축사육기준에 맞춰 동물복지시설과 가축관리 매뉴얼을 현장에 보급하고자 해외 인증 기준을 분석해 지침 초안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단체에선 해당 지침이 자칫 농가 규제나 의무사항으로 비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성만 대한산란계협회 동물복지위원장은 “초안엔 ‘적합한’ ‘적절한’ 등 명확한 기준이 없는 표현이 많고, ‘관리해야 한다’ 등 강제성을 띄는 문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정량적 기준이 없는 내용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만큼 현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정량적 기준이 제시돼야 하고 농가에겐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병석 한돈미래연구소 부소장은 “환경풍부화물(신체적·심리적 건강·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물체·요소)로 ‘짚’이 제시됐는데, 이는 슬러리피트(분뇨저장소)를 사용해 분뇨를 흘려 보내는 대부분의 농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농가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최소한의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한국농수산대학교 축산학부 교수는 “농장동물복지 개념과 중요성은 물론 가축에게도 동물복지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유청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사무관은 “농장동물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시작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축과원과 함께 수정·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완주=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