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두산공작기계 인수... 2019년 中 기업과 협상
정부 반대에 日·美 등 지속 타진… 2년 뒤 국내에 매각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중인 MBK 파트너스가 과거 인수했던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두산공작기계의 해외 매각에 대해 정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고, 결국 국내에 매각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9년 두산공작기계의 1순위 매각 대상으로 중국의 모 기업을 선정하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산공작기계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등 때문에 정부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MBK가 '고려아연 중국매각설'에 대해 한 번도 보유 기업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국가핵심기술 때문에 팔고 싶어도 팔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2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인수합병(M&A)될 때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두산공작기계는 지난 2016년 MBK에 인수됐을 당시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아니었으나, 인수 이후인 그해 11월에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됐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두산공작기계의 중국 매각을 반대했다.
MBK는 정부 반대로 두산공작기계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게 어려워지자 일본과 미국 등으로 매각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BK는 2년 뒤인 지난 2021년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약 2조4000억원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했다.
이에 고려아연의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원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판정했다.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원천 기술에 이어 전략 광물 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 기술인 헤마타이트(Hematite) 공법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가로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의 신산업인 이차전지 사업에 이어 본업인 제련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해외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MBK는 '외국인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시행령에서는 외국인이 다른 주주와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이 다른 외국인과 합산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MBK는 외국인 지분율이 30%가 넘는다. 회장과 대표,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모두 외국인이다. 또한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펀드 6호의 외국계 자금 비중은 80%가 넘는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MBK는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했고, 투자하고 있는 주체인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 법인"이라며 "내국인인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부회장이 의결권 기준으로 공동 최다출자자"라고 반박했다.
MBK는 "최 회장 측이 '외국인 경영진'이라고 언급한 인물 대다수는 MBK 파트너스 홍콩 법인 소속이며 고려아연 투자를 하고 있는 '바이 아웃' 부문이 아닌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의 인력"이라며 "고려아연 투자 건과는 관련이 없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했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와 주요 결정은 김광일 부회장이 주도하며,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11명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의 투표로 결정된다"며 "김 회장이 투자심의위원회 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