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52명이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을 도왔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노조 활동가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20일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가 파견법 위반에 맞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한 금속노조 활동가 등 4명에게 청구한 손배소송 재상고심을 두고 국회의원 52명이 “대법원에서 신중하게 다시 판단하라”고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노동자·시민 2400명도 재판부가 제대로 된 법리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 민주당 의원 39명과 조국혁신당 의원 8명, 진보당 의원 3명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 52명은 대법원에 “2010년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쟁의행위의 1차 책임은 현대차에 있다”며 “현대차는 2004년 고용노동부로부터 파견법 위반 사실을 판정받고도 시정하지 않았고, 2010년 (비정규직지회의) 쟁의행위도 현대차가 직접 고용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2010년 금속노조 활동가 4명은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파업에 연대했다가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됐다. 2023년 6월 대법원은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상고심에서 이들의 행위가 실제 생산에 손해를 끼친 대목을 엄격히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2월 또다시 손배액 20억원을 인정했다. 확정 이자까지 하면 총 35억원에 육박한다.
앞서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해 직접 고용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검찰은 기소하지 않다가 2010년과 2012년 대법원 근로자지위확인 판결과 하청노동조합 파업,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국정감사 이후인 2015년에서야 현대차를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했다. 이마저도 2023년 1심에서 벌금 3000만원에 그쳤다.
이들은 탄원서에 “지회는 쟁의행위 돌입 직전까지 현대차 쪽에 교섭을 통해 풀라고 요구했고 현대차는 대화를 거부했다. 현대차의 대화 거부가 이 사건 쟁의행위에 이르게 했다는 점은 하급심 법원에서도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4명의) 행위는 파업참가자 독려행위, 상급단체(금속노조)의 결정을 수행하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청구액 전체에 해당하는 20억원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파업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처사”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에) 파업의 원인이 기업의 불법행위에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맞선 노동권 행사를 돈으로 가로막고,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섭권조차 박탈하는 기업의 법제도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잘못으로 인한 파업에도 무리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국회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공감대를 얻었다는 뜻이다.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화오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모든 노동자가 손배가압류 족쇄를 벗어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