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설립된 상보는 '습식코팅' 외길을 걸어온 회사다. 첨단 필름 제품군에서 국내·세계 최초 기록을 쓰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습식코팅은 코팅할 물질을 액체 용매에 섞어 만든 코팅액을 기재에 바른 뒤 용매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진공 상태에서 코팅 물질을 기체 형태로 만들어 기판에 증착하는 건식코팅 대비 생산성이 좋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롤투롤 공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보는 오디오·비디오 테이프용 리더필름을 국내 최초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국내 최초 차량용 윈도우 필름으로 시장을 개척했고, 2008년에는 세계 최초 신복합 광학필름(SOS)을 선보였다.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유닛(BLU)의 확산·프리즘시트를 한 장으로 대체한 혁신 제품이다. 한때 전 세계 TV 4분의 1에 이 필름이 적용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최근 상보는 주력이었던 LCD용 광학필름 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상근 상보 회장은 “디스플레이 필름 사업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업 축소가 아니라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상보는 나노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세 가지 영역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동차용 LCF(Light Control Film)는 고객사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차량 내 디스플레이 화면이 유리창에 반사돼 운전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주는 필름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다.
하이배리어 필름도 개발 중이다. 산소, 수분 침투를 막는 특수 필름으로, 전자종이, 태양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으로 수요가 커진다. 현재 수분투과율(WVTR) 10⁻³ 차단 성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 인증을 기다리고 있으며, 연내 WVTR 10⁻⁴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주로 스퍼터링 공정으로 제작되던 반사방지 코팅을 습식 나노코팅 공법으로 구현한 기능성 반사방지(AR) 필름도 개발해 자동차용 인증을 진행 중이다.
전자소재 분야에서도 나노코팅을 활용한 혁신에 나선다. 글로벌 기업과 제휴해 나노 복합 동잉크 개발하고 이를 코팅해 동박 필름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진공 증착 공정을 대체해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전자파(EMI) 차폐와 FCCL·COF 등 연성회로기판 제조에 우선 적용하고, 유리기판 글라스관통전극(TGV)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김 회장은 “LCD용 전통 광학필름 사업에서 탈피해 나노코팅을 중심으로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소재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며 “필름 소재 기업에서 '나노 코팅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 100년 기업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 혁신, 미래를 설계하다] 시리즈는 전자신문과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가 나노기술보유기업확인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국내 유망 기업 10곳을 선정, 혁신 기술력과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