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성평등지수가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성평등의식과 육아휴직 사용률 등의 지표가 악화한 탓이다.
1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는 65.4점(100점이 완전 성평등 상태)으로, 전년도(2022년) 66.2점 대비 0.8점 떨어졌다. 여가부는 2010년부터 매년 국가성평등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7개 영역의 23개 세부 지표에 대한 성평등 수준을 측정한 뒤, 각 지표의 점수를 취합해 총점을 매긴다. 2023년 지수를 2025년에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 여가부는 “지표에 반영되는 통계 중 일부가 이듬해 하반기에 작성되다보니, 평가 시점과 발표 시점 간 시차가 2년 벌어진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기준 측정 결과, 7개 영역 중 5개(의사결정·고용·소득·교육·건강) 영역에서는 점수가 올라 전반적으로 성평등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양성평등의식’과 ‘돌봄’ 등 2개 영역에서 점수가 떨어졌다. 양성평등의식 영역 중에서도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 지표의 점수가 60.1점에서 43.7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돌봄 영역에서는 육아휴직사용률 지표 점수가 37점에서 34.7점으로 떨어졌다. 남성 육아 휴직자가 여성 육아 휴직자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라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15일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센터장은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은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에 명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이후 돌봄 기관 운영 중단 등으로 가족 내 가사 돌봄이 늘어난 점,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주로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점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2022년 평가부터 개편된 지표체계를 적용했으므로 개편 이전 결과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하기 위해 직전 평가부터 새로운 국가성평등지수 지표를 개발했다. 이 센터장은 “‘양성평등 의식’이라는 영역도 기존 지표체계에는 없던 부분이어서 두 개(2022·2023년)의 점수만 나와 있는 상황이라 (점수 하락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날 ‘제4차 여성 경제활동 촉진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 기본계획으로, 이번에는 지난 2022년 개정된 ‘여성경제활동법’에 따라 정책 대상을 크게 늘린 게 특징이다. 앞선 기본계획에서는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청년·중장년 등 전 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령 청년 여성을 대상으로 대학가에 위치한 새일센터(여성 대상 구직 지원 기관)와 협력해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프로그램과 직업훈련 과정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 지원을 위해 새일센터 직업교육훈련에 ‘참여촉진수당’(훈련과정 80% 이상 수료한 훈련생에 1개월 당 10만원)이 신설된다. 경력단절여성에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새일여성인턴(3개월)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지급하는 장려금(320만→400만원)을 확대한다.
신영숙 여가부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이번 기본계획은 모든 여성에 대한 경제활동 지원으로 정책 체계를 전환한 의미가 크다”며 “여성들이 전 생애주기에 걸쳐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받아 양질의 일자리로의 진출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