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앞두고 ‘채용 취소’… 부당해고 아닌가요? [슬직생]

2025-03-15

지원 자격 미달 등 정당한 이유인지 따져봐야

임금 등 근로계약 핵심 사항 합치 여부가 관건

#오랜 구직 생활 끝에 최근 원하던 기업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은 A씨는 첫 출근을 앞두고 새옷을 마련하는 등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출근을 3일 앞두고 회사로부터 ‘합격이 취소됐다’는 전화를 받게 됐다. ‘무슨 말이냐’며 따져 묻는 그에게 회사 인사담당자는 “A씨 직무에 퇴사하기로 했던 직원이 계속 다니게 돼 채용이 필요 없어졌다”고 답했다. 추후 자리가 나면 연락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A씨는 정식 출근은 안했지만, 입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부당해고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도 되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정식 출근을 하진 않았지만 최종 합격해 입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채용내정자’라고 한다. 회사가 갑자기 채용내정자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합격 취소 통보를 받은 채용내정자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헷갈릴 수 있다.

A씨 경우 사실상 부당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채용내정자에게 합격 통지를 할때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본다. 따라서 합격 통지를 받은 A씨도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기에 해고에 준한다고 여겨진다.

채용내정자에게 취소 통보를 하는 것이 모두 부당해고는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면 적법하게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로는 △채용내정자가 회사가 요구하는 지원 자격에 미달한 경우 △채용내정자가 제출한 서류가 사실이 아닌 경우 △회사의 경영 악하로 채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다.

A씨는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퇴사하기로 했던 직원이 계속 다니게 된 경우’ 부당해고에 가깝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1순위 합격자를 대신 채용하겠다는 회사의 사정을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회사의 채용내정 취소는 효력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구체적인 채용 조건 등은 확정하지 않은 채 ‘합격이 유력하다’는 애매한 통지를 받은 상황이라면 어떨까. 법원 판례는 대표가 직접 연락해 합력 가능성이 높다며 출근일을 이야기한것만으로는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해당 사건에서 대표는 “거의 최종이다”, “화요일날 출근하는 걸로 알겠다”고 근로자에게 말했다. 근로자는 채용이 확정된 줄 굳게 믿었다. 그런데 대표는 말을 바꿨고,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대표의 발언으로는 근로관계 성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임금, 종사 업무, 근로 형태 등 근로계약의 핵심 사안에 관해 당사자 간 구체적 의사 합치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채용내정 취소로 일어나는 분쟁을 막으려면 회사와 채용내정자 모두 준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회사는 취소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확인한 뒤 근로기준법 제 27조에 해당하는 서명통지 등 절차를 따라야 한다. 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채용내정자도 취소 연락을 받았을 때 정당한 이유인지, 서면으로 통지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적법한 채용내정 취소가 아니라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복직 및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채용 내정 통지 사실 및 근로 조건을 확정한 사실 등을 제시해 부당해고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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