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다올투자증권 대표직으로 이직을 돌연 번복했다. 임 대표는 한양증권의 인수합병(M&A) 건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선 초유의 사태라는 반응이다. 다올투자증권으로서는 정기주주총회를 일주일 남겨둔 상태에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14일 임재택 대표는 "다올투자증권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유로 해당 결정을 변경하고 한양증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양증권에 남으려는 이유에 대해 임 대표는 '개인적인 사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M&A와 관련된 여려 변수와 현직 CEO로서의 역할과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본인을 비롯한 경영진은 대주주가 바뀌면서 생길 조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결정에 가장 놀랐을 다올금융그룹 이병철 회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증권사 대표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신뢰 저하'를 우려했다. A증권사 직원은 "일개 직원의 이직도 이렇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총 결의 사항인 대표 이사 자리를 이렇게 번복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응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유의 사태"라며 "한양증권이야 CEO가 남는다고 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으나 다올투자증권에 제대로 통보를 하고 입장을 낸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동네 구멍가게도 이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KCGI가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1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KCGI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지난 1월 금융당국에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 심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다올투자증권은 임 대표의 결정과 관련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임재택 사장을 선임,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할 계획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임 사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하려 했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소집공고에 임재택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다올투자증권은 "임재택 후보자의 겸직 결격사유 해소를 위해 타사 사내이사 임기만료(오는 31일) 이후 오는 4월 1일부로 다올투자증권의 임기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임 대표에 대해 "후보자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실적 정상화 및 사업 역량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사내이사로 추천한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임재택 사장이 결정을 번복함에 따라 다올투자증권은 혼란에 빠졌다. 관련 업계에선 주말 사이 관련 내용을 살핀 후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