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있지만 ‘11시간 연속 휴식제’ 준수가 어려워 활용이 어렵다”(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
“아니 그러면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재량근로시간제를 활용하시면 되잖아요”(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갑자기 우리 정책위의장님 왜 이러십니까. 그런 건 (노동계 측 토론자들이) 말해야지”(이재명 민주당 대표)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도입 찬반을 놓고 3일 열린 민주당 토론회에서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이 대표가 가로막는 장면이 포착됐다. 반도체 업계와 노동계 패널들이 찬반 토론을 벌이는 중에 진 의장이 김 상무를 겨냥해 직접 반박에 나서자 이 대표가 제동을 건 것이다. 반면 이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노동계 반대가 극심한 ‘예외 적용’과 대해 전향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가 ‘정책 우클릭’을 본격화하며 진보 성향이 강한 진 의장과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진 의장의 전날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도 친명 지도부 일각은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부터 ‘예외 적용’ 반대 입장이던 진 의장은 “산업 현장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의) 예외 제도를 활용하기 곤란한 실제적인 사유가 있다면, 현행 제도를 수정·보완할 용의가 있다”고 썼다. 하지만 정작 그 시기에 대해선 “실태 확인, 노사 간 합의 등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사안이므로 이에 대해선 논의를 더 진행해 나가 돼, 그 외 반도체 산업 지원 등 합의사항을 (2월 중에) 우선 통과시키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예외 적용을 ‘장기 논의 과제’로 미뤄두자는 것이다.
그러자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는 2월 중 예외 적용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직접 토론회까지 주재한 것인데 하루 전날 그런 글을 쓰냐”면서 “진 의장이 본인의 이념적 지향이 들어간 글을 마치 당론처럼 적어 놓았다”고 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진 의장이 맞는 말을 한 것”이라며 “주52시간제란 유산을 아무리 조기 대선국면이라지만 쉽게 엎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우클릭을 거듭할수록, 당내 노선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진 의장은 정책적 고집을 쉽게 내려놓는 성격이 아니다. 이재명 지도부의 ‘야당’인 셈”이라고 했다.
진 의장은 지난해 이 대표가 기존 당론을 번복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우클릭’을 결행할 때에도, 번번이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11월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동덕여대 사태 때도 두 사람의 온도차가 감지됐다. 이 대표는 관련 언급을 피했지만, 진 의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대학 당국에 있다”고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친명(親野)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왜 민주당에 페미(페미니즘)를 묻히냐. 이러면 다음 대선도 패배한다”, “금투세 때도 그렇고 진성준은 우리 편이 맞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반대로 진 의장이 이 대표의 ‘레드팀’(Red team) 역할이란 평가도 있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진 의장의 정책적 고집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의원들이 적잖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균형을 잡으면서도 이 대표의 선택을 돋보이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숲은 단 하나의 나무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당이) 한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 우리 안의 다른 의견을 배격하면서 내부 다툼이 격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나”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