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재설계해야”…반복·패키지 지원이 고성장 이끈다

2025-12-08

정부지원 수혜기업의 성장 비율이 비수혜기업보다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지원이 성장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8일 서울 여의도 KBIZ홀에서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성장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따르면 최근 산업 구조는 소상공인에서 소기업으로의 성장이 정체되고, 소기업에서 중기업으로의 성장만 상대적으로 일어나는 '옷걸이형 기업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성장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최세경 중기연 수석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성장경로와 정부지원효과 연구'에서 2016~2023년 8년간 기업 성장경로를 추적한 결과를 소개했다. 최 연구위원은 “기업규모가 성장한 비율은 수혜기업 4.4%, 비수혜기업 0.3%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며 “수혜 소기업의 11.7%가 중기업으로 성장했으나 비수혜는 4%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규모가 꾸준히 확장된 '지속성장' 비율은 소기업 17.9%, 소상공인 5.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속 성장 기업은 고기술 제조업과 지식집약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특허 보유 건수가 많으며 수출기업 비중도 높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최 연구위원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소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 타깃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준엽 부연구위원은 '고성장기업 지원 이력 및 효과 분석'을 통해 정부지원 경험이 고성장 전환 확률을 50~100%, 유지 확률을 20% 높인다는 통계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한 번에 큰 지원보다 수출·창업·기술 분야의 반복적 수혜가 핵심 요소이며, 지원금액의 규모보다 지원 빈도와 정책 조합, 전략적 순서가 더 중요하다”며 “연속 참여를 유도하는 트랙 기반 지원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 패러다임을 '보호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중소기업 지원이 양적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스케일업으로 이끄는 체계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830만 중소기업 중 소기업은 3.1%, 중기업은 1.6%에 불과할 만큼 성장의 문턱이 높다”며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성장 사다리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중기연 원장은 “정부지원이 매출·생산성뿐 아니라 기업규모의 지속적 성장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실증됐다”며 “기업 성장유형을 정밀하게 유형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상문 강원대 교수(기업가정신학회장)는 “고성장 기업의 경우 동일 지원의 반복·누적 효과가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지원체계를 단기·일회성에서 다년·지속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선 명지대 교수(한국중소기업학회)는 “생계형 소상공인 보호와 혁신형 중소기업 스케일업을 투 트랙으로 구분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AI 기반 R&D 생태계 조성과 AX(공공디지털전환) 등으로 스케일업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 3년간 중소기업 수는 100만 개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규모 성장은 정체돼 있다”며 “성장 친화적 규제 환경 개선과 함께, 소상공인의 연속적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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