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주 분석] 국민주 vs 개미지옥 '갈림길' 선 삼성전자

2025-02-11

[비즈한국]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이어진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024년 8월 이후 30%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외국인 보유 금액은 2023년 말 738조 원에서 2025년 1월 666억 조원까지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105개 저평가 우량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도입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매주 한 가지를 선정해 경영 현황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분석하고, ‘국장의 추락’을 막을 기대주인지 알아본다.

#시총 1위인데 밸류업 공시는 아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국내 주식의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지 제고에 나서면 정부는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로 참여를 독려하고, 투자자는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주주 환원으로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모아 구성한 지수다. 시장 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순이익),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시장평가(주가순자산비율·PBR), 자본효율성(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준으로 선정한 105개 기업이 포함됐다.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 기대주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중 1위이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332조 원) 종목이다. 주식을 전혀 몰라도 사는 ‘국민주’로 꼽히지만, 장기간의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도 늘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나, 보유율은 1월 31일 자로 50%대가 깨졌다.

이처럼 시장에서 입지가 크나 삼성전자는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을 내지 않았다.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중 유일하다. 지난 1월 31일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나온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밸류업 계획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기업 밸류업 간담회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예고 공시조차 내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의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내용은 크게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이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업 개요, 현황, 주주 환원책을 중심으로 주가 부양 여부를 점쳐본다.

우선 증시 지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 5700원으로 1년 전인 2024년 2월 13일(7만 5200원)과 비교하면 25.8% 하락했다. 52주 최저가는 4만 9900원, 최고가는 8만 8800원이다. 2024년 9월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1로 감소세(2021년 1.80→2022년 1.09→2023년 1.51)다.

2024년 실적은 선방했지만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 매출은 300조 8709억 원, 영업이익은 32조 726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6.2%, 398% 증가했다. 매출 300조 원 돌파는 2022년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의 악화로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 사업은 크게 반도체(DS 부문)와 전자기기(DX 부문)로 나뉜다. 핵심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레거시(범용) 메모리 시장이 부진하고, 중국산 저가 제품에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반도체 시장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을 둘러싼 품질 논란이 나오는 등 주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HBM 메모리 판매 감소, 비메모리 부문의 적자, 반도체 시장의 비수기가 겹쳐 올 1분기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반도체 업황 악화 속 전망 먹구름…갤럭시 신작 효과 주목

이렇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송명섭 아이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업황의 하락 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고,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본격적인 주가 상승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를 가지고 저점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이 회장은 2월 3일 삼성그룹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앞서 두 차례 무죄를 받은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법률심인 3심에서 결과가 뒤바뀌기 어렵다는 점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AI 분야에서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대응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된 DX 부문의 경우 올해 프리미엄 라인인 갤럭시 S25와 갤럭시 Z7 시리즈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판매 성적에 따라 주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 경영 개선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컨퍼런스콜에서 박순철 CFO는 “경영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회복하겠다.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시 대신 발표한 주가 환원책도 기대할 만한 요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향후 1년간 총 10조 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밝혔다. 그중 3조 원은 장내 매수 방식으로 사들여 3개월 내 전량 소각할 계획이며, 현재 90%가량 매입했다. 나머지 7조 원은 이사회에서 활용 방안과 취득 시기를 논의한다.

지난 1월에는 2026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연간 9조 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잔여 재원을 산정해 충분한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정규 배당 외에 추가 환원을 검토하는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는 시장의 불신과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반영돼 있다”라며 “상반기를 지나면서 회복세를 띨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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