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구하기' 제도개선 한창'서학개미' 잡을 비결은 투명 거래·주가 상승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증시를 구출하기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밸류업'이 지지부진하자 연초부터 시가총액과 매출이 부진한 상장기업은 퇴출하겠다는 채찍질이 가해졌다.
대체거래소를 만들어 퇴근 후 국내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당근책도 나왔다.
모두 주가 하락과 거래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 해외로 눈을 돌린 서학개미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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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집 나간 서학개미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간단명료하고 효과도 만점이지만 쉽지 않은 방법, 바로 주가 상승이다.
증시와 투자자에게 주가 상승만한 '만병통치약'이 있으랴.
주가만 오른다면야 엔비디아, 테슬라에서 삼성전자로 갈아타지 않을 투자자가 없다.
기업공개(IPO) 때 수요예측과 공모가의 뻥튀기를 방지하고 '좀비기업'의 상장폐지를 촉진하며 거래시간을 늘리고 공시를 투명하게 하는 등 시장의 제도와 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 쓴맛을 본 개미들의 '국장 탈출'은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작년 11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2019년 말 84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금액이 5년 만에 12배로 급속히 불어난 셈이다.
한 국내 증권사가 고객 거래를 분석해보니 작년 미국주식 투자자의 72%가 수익을 냈지만, 국내 주식에서 이익을 본 투자자는 48%에 불과했다.
작년 미국주식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5%였는데 국내주식 투자자는 0%였다고 한다.
특히 엔비디아 거래 고객 중 80%가 이익을 냈고 최고 실현 수익률이 958%에 달했다.
반면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는 2023년 말 7만8천500원에서 작년 말 5만3천200원으로 32.2%나 떨어졌다.
주가에는 대내외 경제 여건부터 상장사의 실적까지 방대한 요소들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고 반도체 위기론·전기차 수요 정체 등 개별 업종도 중국의 추격, 기술개발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두산그룹의 구조개편, 고려아연 유상증자 등 최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면서 개미들의 탈출을 부추겼다.
나라 밖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동맹·비동맹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금융시장과 수출 전망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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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앞날에 안팎으로 악재들이 산적해 있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본질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금융당국이 투명한 거래의 활성화와 제도 개선에 고심하고 있는 만큼 직접 시장의 플레이어로 뛰는 상장기업들도 꼼수를 버리고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기업의 본질 가치를 높이고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데 치중해야 한다.
한국 증시가 상장기업의 직접 자금조달 창구로서 기능을 다하고, 기업은 그 자금을 활용해 높인 가치와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의 고리를 복원하는 것이 활성화의 본질이자 첩경이다.
hoonkim@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