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매체가 “주간배송 노동자 사망률이 야간배송보다 높다”고 보도하면서, 해당 주장이 새벽배송 제한 논의를 반박하는 근거처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사가 인용한 원자료는 ‘사망률’ 계산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작성된 단순 사망자 수 통계다. 오히려 최근 3년간 야간배송 노동자의 산업재해 증가 속도는 주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근거가 된 자료는 김위상 국민의힘이 의원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으로, 2017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택배기사의 과로사 추정 사망은 36건이라는 것이다. 뇌혈관·심장질환과 같은 ‘과로사’ 추정 질환으로 사망해 산재 통계에 포함됐다. 사망자가 발생한 업체들이 경동택배, CJ대한통운 등 주간배송 중심 사업체였다는 점에서 “주간배송 사망률이 더 높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모집단을 알 수 없어 ‘사망률’이라 부를 수 없다. 사망률을 산정하려면 전체 주간배송 노동자 수와 야간배송 노동자 수, 그리고 각각의 사망자 또는 산재자 수가 필요하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택배업·화물운송업의 구체적 가입 현황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전체 인원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36명은 단순 사망자 수일 뿐 ‘비율’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단순 사망자 수를 놓고 비교해도 주간배송 사망이 더 많게 집계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결과다. 전체 택배업체 대부분이 주간에 배송하고 있으며, 새벽배송은 쿠팡과 마켓컬리 등 소수 기업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운수업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택배 종사자 수가 8만 95명으로 집계됐으며, 최근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쿠팡에서 배송을 전담하는 특수고용직 배송기사 ‘퀵플렉스’는 2만3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택배노조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기사 등 사망자는 총 28명으로, 이 가운데 과로사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 과로사로 추정되지만 아직 판정이 나지 않은 사례도 14건에 이른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서 ‘승인된 과로사’만 볼 경우 실제 위험이 축소될 수 있는 셈이다. 산재 승인 기준이 까다롭고 심사 기간이 길게는 수 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가 위험도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최근 연구에서는 야간배송의 산업재해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지난 15일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배달업의 야간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 산업재해는 2022~2024년 사이 4.0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야간시간대 증가율은 1.88배에 그쳐, 야간 배송의 산재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새벽배송의 위험이 단기간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특성을 지적한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시간대의 작업이 주간보다 더 위험이 높다는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며 “최근 통계만 보고 ‘야간배송 사망이 적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한 비교”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0~5시 심야노동은 금지하고, 오전 5~7시에는 새벽배송 우선 품목만 배송하자”고 제안한다. 생필품 등 긴급도가 높은 제품은 새벽 배송을 유지하되, 시급성이 낮은 품목은 주간으로 돌리자는 취지다. 그러나 쿠팡 측은 해당 제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