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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물의 탄생
베서니 브룩셔 지음|김명남 옮김
북트리거|508쪽|2만4000원
이야기는 저자의 뒷마당의 사는 청설모 ‘케빈’으로부터 시작됐다. 케빈은 저자가 공들여 키우는 토마토가 채 익기 전 한입씩 맛보았다. 해마다 해마다 모든 열매를. 당연히 저자가 먹을 수 있는 열매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감탄하며 바라볼 복슬복슬하고 통통한 청설모 케빈은 저자에게 유해동물이 되었다. 케빈은 저자의 토마토를 앗아갔지만, 대신 영감을 주었다.
저자는 과학자, 역사학자, 야생동물 관리자 등을 만나고 유해동물을 직접 찾아다니며 왜 사람들이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로 여기며, 어떤 동물은 사랑해 마지않는지 탐구한다.
어떤 동물은 사랑받다 미움받았고, 어떤 동물은 혐오의 대상이다가 감탄의 대상이 됐다. 아메리카 대륙 초기 정착민들에게 늑대는 소, 양, 사슴 등 고기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었다. 정부가 포상금을 내걸어 사람들이 늑대를 마구 사냥하자 늑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대신 피식자 개체 수가 폭증했고, 사람들은 생태계 균형을 위해 늑대를 재도입했다. 이제 늑대는 “순수하고, 감탄스럽고, 고귀한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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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경제적 이익, 문화적 학습, 선호 등 자의적 기준에 따라 ‘나쁜 동물’을 발명해냈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이제 ‘날개 달린 쥐’ 취급을 당한다. 코끼리는 서구인들에게 신성한 동물이지만, 케냐 현지인들에겐 사람보다 특별 대우를 받는 못마땅한 동물이다. 사랑스러운 털복숭이 고양이는 어떤가. 지금까지 고양이에 의해 완전히 사라진 생물종이 63개에 이른다.
인간의 관점에 따라 유해동물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인간과 접촉하는 모든 동물이 잠재적 유해동물인 셈이다. 인간과 (유해)동물의 공존을 위해 호주의 사탕수수두꺼비가 좋은 영감을 제공한다. 1930년대 호주에서 해충을 먹는 사탕수수두꺼비를 들여왔지만, 오히려 독이 든 두꺼비를 먹은 토착 동물들이 죽어버렸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두꺼비는 호주 생태계에 통합되는데 성공했다. 아직 두꺼비가 침입하지 않은 지역에 올챙이를 방류해, 약한 독성을 지닌 올챙이를 먹고 배앓이를 한 토착 동물들이 두꺼비를 먹지 않도록 ‘교육’한 것이다.
“공존은 늘 평화롭고 달콤할 수는 없다.” 공존은 토마토를 망쳐놓는 케빈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 위해선 먼저 상대방을 알아야 한다. 쥐와 뱀, 비둘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취재와 균형 잡힌 관점, 유쾌한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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