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계란 사육환경번호 2번에 해당하는 다단식 평사(Aviary) 사육으로 생산된 계란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는 것과 관련해 동물보호단체들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축산단체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2019년 계란 사육환경표시제에 따라 사육면적 0.05㎡/수가 적용된 배터리 케이지는 4번, 0.075㎡/수가 적용된 개선된 케이지는 3번, 평사사육은 2번, 방목사육은 1번의 사육환경번호가 부여된다.
여기서 말하는 사육환경번호 2번 평사사육은 닭이 우리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되 사육장을 다단으로 쌓은 형태다. 평사사육으로 생산된 계란 역시 방사사육으로 생산된 계란과 마찬가지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이헌승‧한정애)이 공동 주최한 ‘산란계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동물보호 단체들은 다단식 평사 사육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 토론 참석자는 “개방형 평사 형태로 층수를 계속 늘려 나가면서 닭의 사육 마릿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평사사육으로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해 온 농장주 입장에서는 개방형 평사가 동물복지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지유연대 조희경 대표도 “지난 2023년 독일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조사 당시 소규모 농장에서도 개방형 평사를 운영하고 있던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나라는 동물에게 최악의 고통을 덜어주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동물복지를 인증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남대학교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는 ‘사육형태별 산란계 복지 및 생산성 평가 연구’를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산란계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이 계란의 생산성에는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윤진현 교수는 에이비어리 케이지의 닭(2번)들이 개선 케이지(3번)의 닭보다 산란율이 높고 닭들의 행동에도 긍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관찰된 것은 사실이지만 폐사율도 높게 관찰됐으며 계란의 중량, 난황 무게, 흰자 무게, 껍질 무게 등을 분석했을 때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들이 낳은 계란이 상대적으로 무거웠다고 발표했다.
이는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움직임이 적은 대신 알을 생산하는데 더욱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산란계협회 등 생산자단체는 이날 토론회에서 반려동물과 산업동물은 엄연히 기르는 목적이 다른 만큼 제도 마련에 있어서도 분명히 다른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며 축산 농장의 동물복지를 논하는 자리에서 반려동물의 감정이 이입되어 동물보호단체와 충돌하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을)은 “축산농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동물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계란, 관심 많지만 가격이 부담”
쇼핑패널 2만명 대상 소비행태 조사 결과
많은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계란과 관련해 관심도 많고 실제로 소비도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높은 가격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동물자유연대 의뢰로 여론조사 기업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자체 쇼핑패널 2만명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소비 행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일반 계란 구매액은 전년 대비 1.2% 줄었지만 동물복지계른 구매액은 3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계란을 구매해 본 사람도 63%에 달했으며, 동물복지 계란을 구입하는 이유는 인증마크가 있어 안심되어서(39.2), 일반 계란보다 영양 성분이 풍부할 것 같아서(35.1%), 품질이 더 좋아서(33.3%) 순이었다.
반면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계란의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복지계란의 평균 구매 가격은 개당 367원으로 일반 계란보다 약 58% 비쌌다. 이로 인해 가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4점에 불과했으며, 가격에 대한 긍정의견은 19.4%에 불과했다. 실제 동물복지 계란이 58% 비쌌던 점과 달리 소비자들은 일반 계란 대비 20% 정도 비싼 수준에서 구매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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