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공방’ 현수막 범람에 사라진 ‘명절 인사’

2025-01-26

‘자극적 문구’ 난무

시민들 피로감 호소

탄핵 정국 여파로 대구 도심 곳곳에는 명절 인사 현수막이 자취를 감추고 자극적인 문구의 정치 현수막들이 난립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둔 26일 유동인구가 많은 동대구역 인근과 도로 사거리에는 ‘이재명도 구속수사하라’, ‘국민의힘은 대구의 수치’ 등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거리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풍성한 설 명절 되세요’ 등 명절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현수막이 설치됐었지만 올해는 탄핵 정국 속 여야간 정치적 갈등과 상호 비방이 담긴 정당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거리마다 과도한 정치 현수막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조모(36)씨는 “서로 깎아내리고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볼 때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유쾌하지 않다”며 “학생들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어른들이 자꾸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두 딸을 키우는 서모(40)씨는 “어느날 아이들이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내란 수괴’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사회 분위기도 어수선한데 좀 긍정적인 문구나 서민들이 힘이 날 수 있는 응원 메시지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는 구청에 사전 신고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2022년부터 따로 허가 없이 15일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상대방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비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문구에 대한 제한도 없어 혐오·비방 현수막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는 횡단보도와 신호등 근처에 현수막이 낮고 빽빽하게 설치되면서 보행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현수막은 어린이 보호구역과 소방시설 주변은 설치가 금지되며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 시야를 가릴 우려가 있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주변은 현수막 아랫부분 기준 높이 2.5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설맞이 불법광고물 특별 합동점검반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요 도로와 역, 공항, 터미널 주변을 중심으로 옥외광고물법령 위반 정당현수막, 입간판, 벽보, 전단 등을 정비한다.

지난해 명절에는 설 9천616개, 추석 1만1천453개의 현수막을 철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명절마다 보통 1만개정도의 불법 현수막이 철거된다”며 “각 구·군과 협조해 불법 현수막 근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