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비법] '플랫폼 규제' 앞에서 흔들리는 공정위…법원은 왜 잇따라 제동을 거나

2025-11-2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새 정부에서 공정거래 집행의 키워드는 ‘민생경제 회복 지원’과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이다. 민생경제 회복 지원이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는 정책을 말한다.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정책으로도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집행 실적도 많다.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갑을 관계 시정을 위한 활발한 논의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 역량과 제도적 발전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공약사항에 의무감을 가지고 정책을 제도화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를 세련된 형식으로 입법화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사적거래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명목이 어떠하든지 간에 자율과 창의라는 사적 자치의 본령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자제해야 하고, 공정거래법의 사명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보호하는 것이지 특정 경쟁자(을이라고 할지라도)를 보호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학문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나오지만 공정거래법 집행의 기본 방향으로서 민생경제 회복 지원에 대해서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곧바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놨다. 주로 신속한 사건 해결을 위한 인력 증원, 물적 설비 확충과 연관이 있다. △하도급·가맹 및 유통 분야의 사건 처리 인력을 강화하고 △서울사무소에 과중한 사건이 몰린 것을 감안해 서울사무소에서 경기, 인천 지역 업무를 분리해 경인사무소를 신설하며 △심의 병목 현상으로 인한 사건처리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심의 인력을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반해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은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규제를 집행할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까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 문제가 제기되는 배달앱 분야에서 최혜대우 요구, 끼워 팔기, 배달 예상 시간 기만 광고 행위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고 티메프 사태에서 드러난 플랫폼의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언급하는 정도다.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있으나, 문제는 그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최근 법원은 여러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제재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어 집행당국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한 N 쇼핑 검색 알고리즘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공정거래위원회는 N 사가 상품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함으로써 자사의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더 많이 노출해 자사를 우대하고 타사의 오픈마켓 상품을 부당하게 차별했다고 봤다. 이로 인해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네이버쇼핑 노출이 줄어 오픈마켓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고, 소비자도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운 부당한 고객 유인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N 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로 타사와의 거래조건을 설정할 때 자사 용역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요구할 법령상 근거가 없고, N 사의 행위로 경쟁 오픈마켓의 거래액이나 입점사업자의 수가 감소했다고 볼 근거도 없으며, 검색 알고리즘 조정과 무관하게 신규 사업자가 오픈마켓 시장에 진입해 유효 경쟁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경쟁제한성을 야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업자가 검색 알고리즘을 소비자나 외부에 공지할 의무가 없고, 보통의 거래 경험과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검색 결과가 상품 간 품질 차이를 비교해 노출한 것이 아님을 인지할 수 있으므로 부당한 고객유인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고법 2025. 5. 22.도 K 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 모빌리티가 자사 가맹 택시에만 배차를 몰아주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부과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K 모빌리티의 배차 알고리즘이 가맹 택시에 유리하게 작동했을 여지는 있으나 이는 승차난 완화라는 효율성과 관련된 합리적 사유가 있으며, 가맹택시 사업자가 시장에 신규 진입한 사정을 볼 때 가맹택시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선 두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플랫폼이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②사업자 수 감소, 매출 감소 등을 통해 경쟁 제한 현상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③경쟁 제한의 의도 역시 독립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집행당국의 증명 책임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처럼 법원은 플랫폼 시장의 규제에 있어 법적 근거와 경쟁 제한 효과의 입증을 매우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생태계 정책을 집행할 때보다 정교한 기준 설정과 입증 전략의 고도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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