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저조한 투표율 속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후보들이 선거 비용으로 최소 76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공영제의 원칙에 따라 득표율 15%를 넘긴 후보는 선거비용 100%를 보전받는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각 후보가 제출한 선거비용 보전청구서를 공개했다. 선거에 출마한 정근식 교육감과 조전혁 후보(전 국회의원)가 청구서를 제출했으며, 3.8%를 득표한 윤호상 후보는 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두 명 모두 38억 지출…조 후보는 2년 전보다 3.8억 더 써
정근식 후보는 38억 2700만 원, 조전혁 후보는 38억 700만 원을 각각 보전 청구했다. 직전 선거인 2022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로 등록한 61명이 총 660억 7229만 원을 사용해 한 사람당 평균 10억 원가량을 썼는데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2년 전에도 출마했던 조전혁 후보의 경우 당시 34억 2500만원의 선거 비용을 지출했는데, 이번 보궐 선거에서는 3억 8200만원(11.1%)을 더 썼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후보자가 선거운동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39억 2400만 원이다. 두 후보 모두 회계 처리상 큰 문제가 없다면 제한액 내에서 지출한 선거비용은 전액 돌려받을 전망이다.
다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탁금 등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에 소요되는 비용,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의 임차비용, 후보자나 선거사무원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운영비용 등 선거운동에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비용은 선거비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보전 청구 항목에서 제외된다.
지역의 한 교육감은 “서울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처럼 특정 지역구에만 홍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시장 선거처럼 정당 조직을 움직이지도 못하기 때문에 개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관리 비용만 471억…지자체 선거 1.5배
선거 관리에 쓰인 비용도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시교육청은 이번 선거 관리 비용으로 총 471억 2500만 원을 선관위 측에 납부했다. 이는 2년 전 6월에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351억 8600억 원의 1.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에 투입되는 인건비, 월세 등 다양한 비용이 상승하며 관리 비용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목을 보면 투·개표 관리에 173억 2000만 원(36.7%), 선거 사무원 인건비 등 일반 항목에 125억 9500만 원, 사전투표에 105억 1300만 원 등이 편성됐다. 계도 홍보와 선거 방송에도 13억 5200만 원(2.9%)이 편성됐다.
여기에 선관위가 후보 보전비용으로 따로 항목 빼놓은 94억 1800만 원을 합하면 총 565억 4300만 원의 예산이 이번 선거에 소요될 것으로 봤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상 실제 회계 정리 후 집계되는 집행액은 이보다 조금 적다”고 설명했다.
낮은 투표율, 비싼 선거 반복 “개선책 필요”
이렇게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선거지만 투표율은 역대급으로 저조했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는 서울시민 195만 3089명이 참여해 23.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서울교육감 선거 일곱 번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가장 낮았던 선거는 최초의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2008년(15.5%)이었다. 18대 대선과 함께 치러진 2012년 보궐선거 투표율(74.5%)과는 세 배 이상 차이 난다.
교육감 선거가 무관심 속에 고비용 저효율로 치러지면서 직선제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욱 의원은 “현재 교육감선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 과도한 선거비용뿐만 아니라 지자체단체장과 교육감 간 분쟁이 있을 경우 효율적인 교육정책 집행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자체단체장-교육감 선거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등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