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AI 심장된 인조 다이아

2025-10-14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고온고압에서 녹았다가 식어서 만들어진다.1954년 미국 GE의 연구원 하워드 트레이시 홀은 세계 최초로 다이아의 인공 제조에 성공했다. 탄소 덩어리인 흑연을 초고압·초고열에서 녹이고 황화철로 촉매반응을 일으켜 다이아 결정을 얻었다. ‘HTHP(고온고압) 방식’으로 명명된 이 제조법으로 다이아 대량생산 시대가 열렸다. 다만 인조 다이아는 희소성 없는 싸구려 보석 취급을 받았다. 대신 잘 마모되지 않는 단단한 특성 덕분에 드릴 등 공업 제품 소재로 애용됐다.

고순도의 인조 다이아 제조법은 1958년 개발된 CVD(화학기상 증착법)이다. 미국 화학자 윌리엄 에버솔이 창안했다. 흑연 대신 탄소 원소를 함유한 메탄(CH₄) 가스를 주원료로 삼아 약 0.0003기압의 초저압에서 인조 다이아를 만들었다. 이 방식은 공정 속도가 너무 느렸다. 직경 6.5㎜ 크기인 1캐럿 무게의 다이아 1개 제작에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였다. 이후 과학계는 수소 원자와 플라스마 등을 활용해 CVD 공정 속도를 크게 높여 상업 생산의 길을 열었으나 여전히 HTHP 방식이 대세였다.

찬밥 취급 받던 CVD 방식의 고순도 인조 다이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귀한 몸으로 거듭났다. 2000년대부터 반도체 소재로 다이아를 쓰는 기술이 점진적으로 연구되다가 AI 시대 들어 상용 개발에 가속이 붙었다. 높은 전기 전도성과 내열성을 갖춘 다이아는 AI의 심장인 전력반도체에 적합했다. 현재 세계 반도체용 인조 다이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미국이며, 일반 공업용 다이아 시장에서는 중국이 1위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무역 압박에 반발해 다음 달 8일부터 인조 다이아 수출 통제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일진그룹, 명진다이아몬드가 일반 공업용 다이아를 생산하지만, CVD 방식의 반도체용 다이아는 KDT다이아몬드만 만든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 지원으로 인조 다이아를 비롯해 첨단산업 소재용 합성 보석의 기술 연구와 대량생산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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