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적연구원’이란 명칭의 새로운 대남 기구를 공개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기존의 ‘조국통일연구원’이 이름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등을 통해 지시한 남북 관계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반영해 개편한 조직으로 보인다.
매체는 이날 5면에 ‘우리 국가에 대한 중대 주권 침해 행위는 최악의 통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윤석열 패당의 발악적 흉책의 산물이다’는 제목으로 ‘대적연구원의 백서’를 소개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등장한 대적연구원은 지난달 27일 국방성 대변인 명의로 북한이 발표한 ‘평양 무인기 사태’의 최종 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특대형 범죄자들의 모략적 정체가 추호도 변명할 여지없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중대 주권 침해 도발 행위는 대내외 정책의 총파산으로 초래된 최악의 집권 위기를 충격적인 사건 도발로 모면하는 (윤 정부의)단말마적 발악의 산물”이라면서 “윤석열 괴뢰의 범죄적 정체와 비참한 운명을 만천하에 폭로하기 위해 이 백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대적연구원은 이전에 등장한 적이 없던 대남 기구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기존 통일전선부(통전부) 산하의 조국통일연구원이 명칭을 변경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국통일연구원은 남한의 정세 분석과 사회 현상에 대한 백서를 발간해온 조직이다. 명칭은 ‘조국통일’이지만, 활동 내용은 주로 대남 비난 담당이었다. 지난 2011년 조국통일연구원이 백서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며 “반민족적, 반통일적 정체를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망발 백서를 낸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에는 현재 사라진 대남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조선 민심은 윤석열 역도에게 탄핵을 선고했다”며 고발장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런 조국통일연구원이 ‘간판’을 바꿔 단 게 대적연구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통일 개념을 아예 지우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보다 뚜렷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정부는 앞서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 업무를 총괄하는 통전부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명칭을 변경한 사실도 파악했다.
대적연구원은 이날 백서를 통해 윤 대통령을 겨냥해“독재와 악정으로 파멸을 재촉”한다면서 ‘윤 재앙’, ‘윤 엉망’ 등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윤재앙’이 대한민국을 핵 제물로 만들었다”, “‘윤엉망’이 지옥 같은 국민 절망 시대를 몰아왔다”, “난파선 ‘윤석열’호는 침몰하고 있다”는 식이다. 한국이 “거대한 반(反) 윤석열 투쟁 마당”으로 변해 정부 비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또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향해서도 “참극을 빚어낸 막후 권력자” 등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백서는 “벌써부터 송장내 맡기에 영험한 명물인 까마귀떼가 용산 상공을 배회하며 망운의 전조를 알리고있다. 까욱, 까욱…”이란 말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