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는 가족, 친지들과 오랜만에 만나며 술자리가 잦아지기 쉽다. 하지만 과음이나 폭음은 심장박동이 빠르게 혹은 느려지면서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음주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심장 수축 능력을 떨어뜨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심장마비나 급성 부정맥으로 이어져 돌연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긴 연휴에 음주가 이어지다보면 ‘휴일 심장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휴일 심장 증후군은 월요일 혹은 크리스마스와 신년 사이에 상심실성 부정맥이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번 설 명절은 최장 9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주의사항을 숙지해 두는 것이 좋겠다. 만약 술 마시는 도중이나 숙취가 남은 다음 날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흉통,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휴일 심장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이상신호가 느껴질 때는 바로 음주를 멈추고 안정을 취하도록 하자. 증상이 심하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재민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는 “과음 후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 내 혈전이 생길 수 있다”며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도한 음주는 심장뿐만 아니라 뇌와 췌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음주 후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액이 몸 아래쪽으로 쏠리면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드는 게 문제다. 이때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뇌졸중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췌장은 알코올에 매우 취약하다. 폭음 후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체 건강을 생각한다면 음주를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부득이 술을 마실 경우 연달아 마시지 않고, 적정 음주량을 지키길 권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폭음 기준은 남성의 경우 하루 소주 7잔(알코올 60g), 여성은 소주 5잔(알코올 40g)이다. 소주 1병에서 7~8잔 정도의 용량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1병 이상을 마시면 폭음에 해당한다. 심 교수는 “WHO의 폭음 기준은 최소한의 권고 수준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약간의 음주도 부정맥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가능한 완전히 금주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들은 알코올 섭취가 기존 질환과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빨개지거나 알코올 분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음주에 더 큰 위험이 따를 수 있으므로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음주 후에는 사우나나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최소 48시간 이내에는 추가 음주를 삼가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 알코올의 분해를 돕는 것이 좋다. 음주 후 기름기가 적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선택하면 소화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