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직후 적자·모기업 유동성 위기
1년 만에 경영권 사모펀드로 넘어가
단계별 개발도 차질…‘6조 투자’ 지연

동북아 최대 규모로 조성하려던 인천공항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개장 1년 만에 적자 누적으로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것이다.
인스파이어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기대한 측면이 크다. 한중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안보이고, 비상계엄 국면을 거치며 국내 ‘혐중정서’가 극에 달한 터라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천공항 북측에 있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는 인디언 ‘모히건’ 부족이 설립한 미국 모히건사가 1조800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1단계(1A)로 축구장 64개 크기의 46만1661㎡에 1275개 객실의 5성급 호텔 3개동과 1만5000석의 다목적 전문 공연장, 4000여명 규모의 컨벤션, 돔 형태의 실내 물놀이장, 2만4000㎡ 로 국내 최대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갖췄다. 2023년 11월 부분 개장한 데 이어 2024년 2월 공식 개장했다.
인스파이어는 그러나 개장 직후부터 적자를 봤다.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출은 2190억원에 1564억원의 적자를 냈다. 객실 점유율은 47~83%에 그쳤다.
개장하자마자 큰 폭의 적자를 본데다 모기업인 모히건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인스파이어 경영권은 1년여 만에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로 넘어갔다.
베인캐피탈은 인스파이어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이다. 주요 투자자를 보면 모히건사가 3억 달러(약 4367억원), 베인캐피탈 2억 달러(약 2911억원), MBK 파트너스 7500만 달러 등 자기자본 6600억원에 KB·NH·하나 등 국내 3개 은행이 각각 1500억원, 39개 금융기관 5900억원, 한화건설이 1000억원을 투자했다.

모히건사는 베인캐피탈에서 2억달러를 대출받으면서 특정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모히건사는 31억달러(약 4조5130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고, 베인캐피탈과의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해 지분을 100% 빼앗긴 것이다.
모히건사는 최근 메일로 “특정 금융계약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원금이나 이자를 지불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베인캐피탈에게 받은 대출은 2027년 5월로 아직 만기도 도래하지 않았고, 금융계약 수정을 제안했지만 베인캐피탈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의 누적 결손금은 4000억원 이상이었다.
인스파이어 매출 부진은 기대했던 중국인 관광객 특수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사업을 추진할 2015~2016년 당시만해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면세점 등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한 ‘한한령’ 여파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최근 1년간 인스파이어 매출(2190억원)을 보면 외국인 카지노 매출이 1079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카지노 매출 규모를 보면 턱없이 적다. 인천공항에 있는 또 다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의 지난해 카지노 매출은 4100여 억원 규모였다.
문제는 이같은 매출부진이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은 요원해 인천공항 면세점들 마저 줄줄이 적자를 보고 있다. 12·3 비상계엄을 거치며 극에 달한 국내 ‘혐중정서’는 또다른 악재다. 여간하면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중국 정부조차 성명 등을 통해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뀌면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단계별 개발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인천공항공사로부터 99년 임대 조건으로 전체 부지 436만7000㎡을 개발하기로 계약했다.
지난해 2월 개장된 현 1단계(1A)에 이어 올해부터 2032년까지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41만1794㎡에 테마파크(1B)를 조성해야 한다. 또 2단계 확장은 2037년까지 57만955㎡, 3단계는 2042년까지 9만8486㎡, 4단계 2047년까지 26만503㎡를 복합문화단지를 개발해야 한다. 전체 투자금액은 6조원이다.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4년 1B단계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받았다. 당시 모히건사는 파라마운트 테마파크를 유치한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인스파이어는 당초 계획된 1B단계 개발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지난 1월 중 문체부에 제출해야 했지만 제출기한을 3월로 연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인스파이어가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 것을 알고 있다”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를 조건으로 1B 단계 개발을 하기로 한 만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털 측은 “모히건사와의 특정 금융계약은 사기업 간의 계약 관계로 밝힐 수 없다”며 “최근 사모펀드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투자하는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 투자자 유치는 물론 인스파이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품격 서비스 제공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 효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