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개를 맞고도 살아남은 여성이 눈동자 색깔이 변하는 특이한 후유증을 겪은 사연을 공개했다.
26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호주 출신의 30대 여성 칼리 일렉트릭(가명)은 기상 현상 매니아로 강력한 폭풍우가 몰아칠 때면 야외로 나가 번개를 촬영했다.
사고는 지난 2023년 12월 발생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폭풍우가 몰아치자 칼리는 휴대폰으로 폭우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순간 번개가 그의 몸을 강타한 것이다.
그는 당시 “팔을 따라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파도처럼 번졌다”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동공이 엄청나게 확대돼 있었다.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좋기도 했고, 젖을 정도로 땀이 쏟아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고 설명했다.
마비된 듯한 느낌을 받은 그는 한 걸음조차 뗄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룸메이트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부탁해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구급차에 이송됐을 때에 칼리의 팔과 다리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머리와 목만 겨우 움직이며 호흡도 어려웠지만, 몇 시간 후 의식이 서서히 회복되며 팔다리의 감각도 돌아왔다고 한다.
목숨은 건졌으나 그는 '케라우노패럴리시스'(keraunoparalysis)라는 희귀한 신경 질환을 진단받았다. 'kerauno'는 번개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로, 번개에 맞아 일시적으로 몸에 마비가 오는 질환을 말한다.
그는 9시간 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영구적인 후유증도 얻게 됐다. 녹색이었던 눈동자(홍채) 색깔이 갈색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칼리는 “찾아보니까 번개를 맞은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눈 색깔이 변한 사례가 꽤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내가 죽음의 문턱을 넘을뻔 했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남자들과 연애할 때 대화가 잘 이어진다”며 번개를 맞은 경험을 되레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벼락을 맞고 눈동자 색깔이 변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7년 앨라배마주의 한 16세 소녀는 번개를 맞고 짙은 녹색이었던 눈동자가 더 밝게 변하는 후유증을 앓았다. 또한 이후 시력이 좋아져 수년간 써왔던 안경을 벗게 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