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냐 시공사냐” 개원 패키지 책임 공방 속 치과만 피해

2025-09-03

“2억 원을 카드로 선결제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는 멈췄고 아직 돈도 못 돌려받고 있습니다.”

개원 패키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계약 구조에서 법적 책임과 환불 구조가 불투명한 사각지대가 드러나 주의가 요구된다. 계약 단계에서 총괄 책임, 환불 조항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개원 패키지’가 ‘위험 패키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A치과는 지난해 말 이전 개원을 위해 모 임플란트 업체와 ‘개원-인테리어 패키지’라는 이름의 ‘물품공급계약’을 맺었다. 총 2억 원을 카드로 일괄 결제했고, 이를 인테리어 본공사 비용 1억4000만 원과 간판 등 별도 공사 비용 6000만 원으로 배분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공사에 착수한 지 3~4일 만에 불거졌다. 시공사가 본공사비 1억 원 증액을 치과에 요구한 것이었다. 치과 측은 세부 산출내역을 거듭 요구했지만, 제시된 자료는 단편적 항목에 불과했고, 치과가 증액 요구를 거부하자 시공사는 돌연 공사를 중단했다.

A치과는 “임플란트 업체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인테리어는 시공사 문제”라며 “이미 시공사에 대금을 지급했으므로 조치할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업체 측이 치과와 맺은 계약은 ‘물품공급계약’일 뿐, 인테리어 공사는 계약서상 도급인이 임플란트 업체, 수급인이 시공사로 기재된 하도급 구조로 진행된 점을 내세워 책임을 부인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치과는 이전 개원이 지연되며 수개월간 임대료와 관리비를 이중 부담하게 됐고, 철거비용, 환자 진료 차질 등 추가 손실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A치과는 “문제 발생 후 임플란트 업체 실무·임원진과 면담이 있었고, 정상 프로세스대로 개입하지 못한 점을 시인하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며 “그러나 실제 조치는 없었고, 오히려 카드 결제 취소 대신 물품으로 보상하겠다는 제안만 받았다. 1억 원만 카드 결제를 취소해 달라는 절충안까지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A치과는 다른 업체와 새로 계약해 공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현재 사건은 소송으로 비화됐다. 해당 임플란트 업체 실무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송 진행 중인 사안으로 뚜렷한 답변은 어렵다. 법원 판단을 본 뒤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의 근본 원인으로 본사 브랜드를 신뢰해 계약했지만, 실제 시공은 외부 하청업체가 맡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이 경우 분쟁 발생 시 책임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임플란트 업체와 개원 상품 계약을 맺었다는 인천의 한 치과 원장도 “브랜드를 믿고 계약했지만 실제 시공은 경험이 부족한 하청업체가 맡으면서 미완성 공사와 품질 저하로 환자 진료와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책임 주체가 모호한 도급·하도급 구조 속에서 결국 치과가 손해를 떠안는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계약 단계에서부터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석근 변호사(위솔브 법률사무소)는 “비슷한 분쟁을 막으려면 계약 단계에서 본사가 시공사를 감독·관리하고 공사까지 책임진다는 문구를 반드시 명시해야 하고, 공사 대금은 일시불이 아니라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추가공사 비용은 발주자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일방적 증액 요구는 거절해야 하고, 공사 미이행이나 지체상금 등 손해는 본사가 책임지고 보증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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