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창원 LG가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3연승을 거두며 11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조상현 감독의 젊은 선수 육성 철학과 신뢰의 리더십이 이번 성공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LG는 2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4강PO 3차전에서 76-74로 승리해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따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도 챔프전 문턱에서 돌아섰던 아쉬움을 씻어냈다.
조상현 감독 부임 전 LG에게도 암흑기는 있었다. LG는 2018~2019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2019~2020시즌 9위, 2020~2021시즌에는 창단 첫 최하위(10위)라는 수모를 겪었다. 2021~2022시즌에도 7위에 그치며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감독 교체, 주축 선수 이탈, 외국인 선수 부진과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LG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경험했다.
조상현 감독은 2022년 LG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일관된 선수 육성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어왔다. 경험보다는 실력, 그리고 얼마나 뛸 준비가 되었느냐를 우선시 했다. 기준을 충족하면 어린 선수라도 과감하게 기회를 줘 성장시키면서 팀을 변화시켰다.
LG의 성장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은 양준석과 유기상이다. 연세대 출신 백코트 콤비는 LG의 미래를 이끌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양준석은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첫 시즌을 거의 쉬었지만, 회복 후 기대에 부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 능력을 갖춘 그는 이날 3차전에서 17득점 7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주역이 됐다. 수비에서도 상대 가드를 효과적으로 제압해 공수 양면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2023년 드래프트 3순위로 영입된 유기상은 ‘차세대 슈터’라는 평가에 걸맞게 빠르게 적응했다. 슈터 출신인 조상현 감독의 지도로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수비 능력까지 발전시켰다.
둘은 경기 중 전술 변화까지 제안할 정도로 성장했다. 4쿼터에는 미구엘 안드레 옥존과 서명진을 상대로 수비 전략 변화를 직접 건의해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기간 양준석과 유기상은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에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유기상은 승부처마다 중요한 슛을 성공시키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양준석은 돌파와 어시스트로 팀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조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은 선수 발굴에서도 빛을 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인덕의 재발견이다. 과거 은퇴했다가 돌아온 정인덕은 조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선수로 거듭났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LG에서 단 18경기만 뛴 정인덕은 조 감독 부임 후 최근 3시즌 동안 139경기를 소화하며 핵심 자원으로 올라섰다. 196㎝의 키를 활용한 수비와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때부터 자리를 지켰지만, 아직 우승 트로피가 없는 LG는 챔피언 등극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우승은 한 번(2013~2014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까지 정규리그 2위만 7번을 했지만 정작 챔피언 반지는 없는 ‘2등 징크스’를 깨기 위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