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티몽키는 거짓이 없다. 과거를 포장하지 않고, 현재를 과장하지 않는다. 그저 ‘최홍철’을 음악 안에 그대로 밀어 넣는다. 고백은 직설적이고, 가사는 노골적이며, 철학은 단순하다. 수많은 곡에서도 그가 집요하게 반복하는 단어는 오직 하나다. ‘돈’.
어린 시절 최홍철은 홀로 일하시는 어머니의 짐을 덜기 위해 14세가 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교복 재킷을 입은 이후부터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덤볐던 그에게 ‘돈’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다. 살아야 했던 이유였고,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2025년 7월, 그 삶의 집약체 같은 싱글 ‘돈’을 세상 앞에 내놓았다.
“회사에서 철도 깔아줬어, 특급행”. 이번 싱글 가사 속 한 줄은 그가 받은 기회에 대한 존경이자 새로운 챕터를 여는 포효에 가깝다. 그리고 그 특급행 열차에는 빈지노도 탑승했다. 거리에서 철로 위에 올라온 지금의 포티몽키는 단순히 기회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의 터널을 뚫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아직도 성공하지 않았고, 단지 성공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돈을 좋아하고, 그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다. 꾸며내지 않고, 본인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태도는 어쩌면 지금의 한국 힙합 신에 가장 필요했던 한 가지일지도 모른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포티몽키를 만났고, 그는 모든 질문에 떳떳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가면도, 페르소나도 없는 포티몽키와 함께한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싱글 ‘돈’을 발매했다. 어떤 곡인가?
원래 제목은 ‘열차’였다. 그런데 빈지노 형님 곡 중에 ‘train’이 있어서 ‘돈’으로 바꿨다.
포티몽키의 음악에는 유독 ‘돈’이 많이 등장하는데.
돈은 내 삶이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나는 홀로 일하시는 엄마를 돕고 싶어서 14세가 되길 기다렸던 사람이다.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는 물론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덤볐다. 이번 싱글은 그간의 내 삶을 모두 담아낸 곡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난 평생 돈 벌고 일할 거다. 단,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정직하게.
빈지노가 피처링으로 함께 했다. 어떻게 성사됐나?
음악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서 제안했다.
3년 전, 빈지노가 먼저 음악을 만들자고 했을 때는 두 번이나 거절했다. 이유가 뭔가?
비트가 좋지 않아서 거절했다. 당시 나는 멋진 드럼과 중독성 있는 라인을 좋아했는데, 받았던 비트는 굉장히 빨랐기에 내 음악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는 돈도 많고, 제정신이 아니어서 자만했던 것 같다. 이번에 곡을 내고 빈지노 형님에게 농담으로 기회가 아직 남았냐고 묻자 웃으면서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빈지노의 비트가 별로였다는 건 예상치 못한 답변이다. 지금의 포티몽키가 당시 26살의 최홍철로 되돌아간다면 상황이 바뀔 것 같나?
경주 최씨 고집 못 버리는 미련한 사람이기에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

성사는 더뎠으나 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10일 만에 피처링 음원이 도착했다고.
육아 생활로 바쁘셔서 오래 걸릴 줄 알았으나 금방 도착해서 놀랐다. 처음 피처링 음원을 들었을 때는 마치 골로 이어질 수 있는 ‘농구공’을 패스해 주신 느낌이 들었다. 내가 성공적인 ‘덩크 슛’을 할 수 있게끔.
감사 인사로 신라호텔 뷔페를 대접했다.
사실 빈지노 형님이 결제했다. 나는 인천 출신이라 서울에 있는 식당을 잘 모른다. 그래서 신라호텔 뷔페가 결제를 먼저 해야 예약이 되는 시스템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일 처리가 늦었다.
“빈지노 형님, 감사합니다” 문구가 적힌 과일바구니를 빈지노가 스토리에 직접 업로드해 큰 화제를 모았다.
(빈지노) 형님이 예약부터 결제까지 해주셨는데, 빈손으로 간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여의도에서 과일바구니를 사 갔다. 원래는 쌀 한 포대를 둘러멘 채로 지하철을 타고 배달하려고 했다. 내 진심과 한국인의 ‘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너무 개그인 것 같아 포기했다.
이번 싱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다면?
“회사에서 철도 깔아줬어 특급행.” 내 음악이 더 넓게 퍼지고 퀄리티가 올라간 건 회사 덕이다. 그들에게 존경과 경례를 보낸다.

늦었지만 ‘더 나이스 뮤직’ 합류를 축하한다. 합류하며 공개한 ‘남자니까’는 현재 유튜브 백만 뷰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상했나?
예상했다. 나는 문제를 일으킨 남성 유명인들이 거짓말로 사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거면 애초에 사고를 안 치면 되는 건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꼴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사고를 치고 나서 어떤 방식의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대중들의 반응이 두렵지는 않았나?
곡이 발매되기 전 지인들에게 먼저 들려줬다. 그들 역시 대중들이 모두 나를 손가락질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확신이 있었으니까. 왜냐하면 지금은 모두가 ‘남자니까’를 따라 부르고 있지 않나.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내용도 포티몽키는 가감 없이 써 내려간다는 점이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포티몽키가 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뭔가?
그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나는 그냥 할 뿐이다. 그래서 내가 인기 있는 거다.

음악 이외에도 유튜브 ‘최홍철’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홍철’과 래퍼 ‘포티몽키’는 다른 인물인가?
똑같다. 난 언제나 최홍철이고 두 개의 사업을 하고 있을 뿐 배우가 아니다. 그저 어떤 일을 하던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와 영감을 주고 싶다.
이를 방증하듯 최홍철 유튜브 구독자들은 ‘최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성공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나에게 성공했다는 말은 무례한 말이다. 난 아직 성공하지 않았고, 성공에 향해 가고 있다. 그러니 축하하지 마라. 고맙지 않다. 팬이라고 하지 마라. 많이 봤다고 팬 되는 거 아니다. 밖에서 무례하게 행동하지 마라. 무례하게 굴면 나도 무례하게 할 거니까. 대신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나도 진심으로 사랑해 줄 것이다.
무슨 뜻인가?
똑바로 살라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베푼 만큼 다 돌려받게 돼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 그것도 다 돌려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지지해 준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들 덕분에 살 곳도 있고, 넉넉한 식량도 확보했다. 더 나이스 뮤직, <하입비스트>, 그리고 내 진정한 팬들 한 명 한 명 ‘싹 다’ 감사합니다.

EP ‘Stairs’ 발매부터 빈지노와 함께한 싱글 ‘돈’까지. 과거 인디펜던트 시절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점이 있나?
내 레이블을 설립하고 몇억을 써봤지만 내는 노래 족족 손해만 봤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아는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됐다. 인디펜던트로서 대한민국에서 성공한다는 건 망상이라는 걸.
포티몽키에게 행복이란 뭔가?
돈.
어쩌면 괴물 신인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포티몽키가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싸이, 나훈아, 김태원, 왁스, 김건모.